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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어린이병원 확대, 의사들 반대에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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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어린이병원 확대, 의사들 반대에 뒷걸음

입력
2016.03.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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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정하는 ‘달빛어린이병원’

16곳까지 늘었다가 11곳으로 축소

감기 등 경증 소아환자 年 35만명

어쩔 수 없이 대형병원 응급실행

“낮에도 환자 몰려 동네병원 고사”

개원의들 거센 반발이 관건으로

대구에 사는 김선아(32ㆍ가명)씨는 얼마 전 네 살 된 아들이 감기 기운을 보이자,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는 한 아동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곧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오후 7시에 갔는데도 사람이 많다며 진료 접수를 마감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구의 야간 진료 병원을 찾아 30분 이상 기다린 후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야간이나 휴일에도 찾을 수 있는 가까운 병원이 한 곳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놓일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김씨처럼 밤이나 휴일에 문을 연 동네병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아픈 아이를 끌고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는다.

30일 열린 ‘소아 야간ㆍ휴일 진료체계에 대한 공개 토론회’에서 발표된 서울대병원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응급실을 방문한 경증 소아환자가 174만명(연간 35만명)이나 됐다. 감기로 소아환자가 서울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을 경우 약 4만원의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2014년 9월부터 평일 야간 오후 11시나 자정까지, 휴일 최소한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병원을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이름 짓고 연간 1억8,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감기로 이곳을 찾으면 대형병원 응급실의 5분의 1도 안 되는 4,000~7,000원만 내면 된다. 수요는 많다. 지난해 병원 한 곳 당 휴일ㆍ야간에 진료한 인원은 월 평균 4,995명에 달했다. 평일 오후 8시 이후 또는 휴일에 병원을 찾은 이들이 매일 150명을 넘었다는 뜻이다. 이용자 85.5%는 “재방문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소아과 개원의들이 반대하고 있어 달빛어린이병원이 확대되지 않고 있다. 16개까지 지정됐던 달빛어린이병원은 오히려 11곳으로 줄었다. 개원의들은 달빛어린이병원이 늘어날 경우 밤뿐만 아니라 낮 시간대에도 환자가 쏠려 동네 소아과들이 붕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달빛어린이병원에 근무했던 의사가 이직하려 해도 받아주지 않는 일까지 벌어진다. 달빛어린이병원 입장에서는 이런 불이익을 감수할 의사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황대환 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총무이사는 “의사들도 낮에 충분히 근무한 뒤 퇴근을 해야 하는데, 야간ㆍ휴일 진료가 보편화되면 근무환경이 열악해질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자발적으로 (야간진료에) 참여하려는 의사들까지 막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민간이 아닌 공공의 영역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를 맡은 서울대 연구팀은 대형병원에 야간ㆍ휴일 소아 외래 진료소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소아과 개원의들이 당직 개념으로 돌아가면서 야간 및 휴일에 문을 열거나, 특정 요일을 정해 진료를 하는 요일제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방식 등도 대안으로 나왔다. 곽영호 서울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외국처럼 소아과 의사들이 조합 형태로 모여 한 달에 한 두 번 돌아가면 진료를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운영비를 지원하거나, 수가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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