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대표 성폭행사건 공대위 기자회견
“겁에 질린 피해아동 관점 배제된 잘못된 판결”
공정판결 촉구 서명운동 전개 10만명 제출 예정
여중생을 성폭행해 출산까지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연예기획사 대표 사건과 관련해 여성사회단체들이 30일 대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촉구했다.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은 최초 사건이 발생한지 4년 9개월이 지났지만 기획사 대표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판결에 불복해 두 번째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40여개 여성사회단체로 구성된 ‘연예기획사 대표에 의한 청소녀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공대위)’는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획사 대표 조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공대위는 “파기환송심에 제출된 조씨와 여중생 A양과의 구치소 면회 녹취록 내용에 비춰볼 때 법원이 무죄 판단의 유력한 근거로 삼았던 A양 편지가 조씨의 강요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는 시민 7,157명의 서명지도 대법원에 전달했다.
조씨는 2011년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만난 A양(당시 15세)을 성폭행한 혐의로 2013년 7월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각각 징역 12년과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조씨는 연인관계에서 합의하에 맺은 성관계라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A양 진술이 비교적 일관되고 구체적이라 신빙성이 높다”며 “15세 중학생인 A양이 자신의 부모 또래이자 병원에서 우연히 알게 된 조씨를 며칠 만에 이성으로 좋아해 성관계를 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고, A양이 조씨의 갑작스러운 강간 시도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양이 조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편지 등을 근거로 “A양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고 2015년 10월 하급심 재판부는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씨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있던 동안 A양이 ‘사랑한다’는 취지로 작성한 편지와 그에 앞서 조씨에게 보낸 유사한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근거로 A양을 피해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이후 검찰이 다시 재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공대위 측은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새롭게 제출된 증거 검토에 소홀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양친의 건강마저 안 좋았던 상황에서 성폭력으로 인해 임신까지 하게 되자 A양이 사건 직후 신고를 할 수 없었는데도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취지다.
A양의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온ㆍ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조씨의 구치소 접견 녹취록을 보면 A양에게 ‘밖에서 쓰기 힘들면 면회를 마치고 쓰고 가라’고 지시할 정도로 끊임없이 사랑한다는 편지를 쓰도록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며 “구속되기 전 조씨가 A양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역시 조씨의 폭력적 성향에 계속 노출된 A양이 겁에 질린 나머지 저항의사와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앞선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구치소 녹취록이 새로운 증거로 제출된 만큼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면밀히 살폈어야 했다”며 “피해 아동의 관점이 배제된 판결이었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재상고심 선고 전까지 재판부의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 나갈 방침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법조인, 시민단체 활동가, 일반시민의 의견서를 매주 재판부에 제출하고 서명운동 역시 10만 명을 목표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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