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교섭 테두리 안에선
성과연봉제 못 밀어붙여” 판단
단위 노조와 개별협상 계획
금융노조는 “실익 없는 쇼…
산별교섭만 법적 효력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공기업을 필두로 금융권에 성과주의 도입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30일 금융공기업 7곳이 금융권 공동의 노사협상 대열에서 일제히 탈퇴를 선언했다. 민간 금융사와 보조를 맞춰야 하는 기존 산별교섭 테두리 안에서는 당국이 주문하는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따르면 산업ㆍ기업ㆍ수출입은행과 신용ㆍ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7개 금융공기업은 이날 열린 4차 대표자회의에서 사용자협의회 탈퇴를 통보했다. 사용자협의회는 34개 민간ㆍ공공 금융사의 사측 대표 모임으로 대다수 금융사 노조가 속해 있는 금융노조의 교섭 파트너이다.
금융공기업 대표들은 “당국이 정한 기한 내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못하면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금융노조가 기득권 보호에 집착하며 시대착오적인 반대만 하고 있어 산별교섭 타결을 기다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탈퇴 이유를 밝혔다.
이에 금융노조는 “정부에 등 떠밀린 금융공기업들이 실익 없는 ‘쇼’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날 대표자 회의 직후 예정돼 있던 사용자협의회 기자회견이 금융공기업 노조 관계자들의 저지로 무산되기도 했다. 개별 금융사의 단위 노조는 사측과 단독으로 교섭 체결을 할 권한이 없어 금융공기업들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다 해도 어차피 교섭 상대는 금융노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반면 금융공기업들은 단위 노조를 설득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노조가 금융공기업에 교섭을 요청하면 사측은 응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지만, 이와 별도로 단위 노조와도 협상을 벌일 것”이라며 “단위 노조와 사측의 협상 결과에 법적 효력이 있다는 판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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