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박이 주전 출전, 팬들의 한결 같은 지지, 경기장에 내걸린 태극기, 교민들의 뜨거운 응원과 대사의 격려 방문, 그리고 우승. 한 때는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됐다. 오만 땅에서 프로생활 첫 우승을 경험한‘임자도 소년’ 김귀현(25·알 나스르) 얘기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는 국내 아마추어 무대인 K3리그에서 몸을 만들며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지난해 9월 과감히 선택한 오만 프로리그 진출은 신의 한 수였다. 비록 높은 수준의 리그는 아니지만 팀의 주전 미드필더 자리를 꿰차며 중동 무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특히 지난 27일(한국시간) 소하르에서 맛본 프로무대 첫 우승의 감격은 남다르다. 컵대회 격인 ‘2015-2016 오만 마즈다컵’ 결승에서 오만 리그 최고의 인기팀 소하르SC에 2-0 완승을 거뒀다. 위기는 있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상대 선수와 충돌하면서 극심한 허벅지 통증을 겪었지만 이날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김대식 주오만대사와 현지 교민들의 응원에 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텼다.
김귀현은 29일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수많은 교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찾아 줘 너무 고마웠다”며 “대사로부터 내 활약이 오만 교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첫 우승 감격 속에도 그는 “아직 배고프다”고 했다. 팀이 준결승에 진출한 국왕컵 대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귀현은 “정규리그는 선두 판자(승점 41)와 승점 차가 8점차로 벌어져 우승을 내다보긴 힘들지만, 팀이 2005년 이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국왕컵은 꼭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팀에게도 중요하지만 알 나스르와 계약이 오는 5월로 끝나는 김귀현 본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대회다.
김귀현은 “시즌 종료 후 알 나스르와 재계약을 할 수도, 다른 팀으로 옮길 수도 있다”며 “지금은 국왕컵만 바라보고 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귀현이 속한 알 나스르는 오는 6일과 18일 사함과 홈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리는 4강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이길 경우 살랄라 SC-알 카부라전 승자와 5월초 우승을 다투게 된다.
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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