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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연재를 마치며

입력
2016.03.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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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일기예보. 개나리들이 화사하다. 아직 실제론 못 봤다. 다른 꽃들도 이번 봄엔 눈에 잡힌 적 없다. 꽃이 피지 않은 건 아닐 텐데, 내 눈이 약간 멀어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대신, 작년 이맘때 봤던 꽃들의 모습이 돌연 선하다. 이상하다. 1년이 훌쩍 지났건만 현재보다 과거가 더 선명해지다니. 다 끝난 것 같은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것 같다니. 창가를 본다. 거기 새장이 놓여 있던 적 있다. 같이 살던 후배가 키우던 새였는데, 분가하면서 데리고 나갔다. 그러곤 새 소리를 잊었다. 돌이켜보니 그것도 정확히 1년 전. 귓속에서 지워진 새 소리가 갑자기 이명으로 맴돈다. 우주의 추가 멀리 한 바퀴 돌았다가 다시 돌아온 징후라 여긴다면 너무 거창한 걸까. 바깥으로 나가본다. 낡은 양옥이었던 옆집이 허물어지고 5층짜리 빌라 건물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골목 멀리에선 또 한 채의 집이 철거되는 중. 이 자잘하고 사소한 변화들 속에서 매일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우스운 일도 화나는 일도 쓰고 나면 어제의 일이 되고,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터뜨리고 나면 스스로 생경해지는 시소 놀음 속에서 객설만 심했던 것 같다. 웃고 우는 일상을 그저 보여주려 했을 뿐, 진지해지고 싶진 않았다. 만우절에 시작해 만우절을 앞두고 끝낸다. 좋은 거짓말을 누가 대신 잘 써줬으면 싶다. 꽃을 보러 나가야겠다. 감사 드린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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