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부터 10일간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는 거의 모든 가로수가 벚나무여서 명소를 따로 꼽을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래도 개천 전체를 벚꽃터널로 감싸는 여좌천 ‘로망스다리’는 최고의 포인트로 꼽힌다. 경화역(폐역)은 열차가 들어오는 모습을 배경으로 꽃잎이 흩날리는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그래서 만개 후 꽃잎이 떨어질 때 오히려 주목 받는다. 올해는 벚꽃열차를 따로 운행하지 않고 창원시에서 관광객을 위해 2대의 열차를 선로에 고정 배치한다.
진해에서 창원 성산구로 넘어가는 안민고개는 시내보다 개화가 3~4일 늦어 축제가 끝나고도 벚꽃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10리 벚꽃길이 터널을 이루고 진해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야경도 아름답다. 장복산 조각공원 인근도 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곳. 안민고개까지 이어지는 걷기길인 드림로드의 일부로 초록이 오르는 산 빛과 조화를 이룬 벚꽃이 봄 분위기를 더한다. 도천초등학교 인근은 한가한 분위기가 좋고, 창원해양공원 가는 길의 장천동 벚꽃동산과 해안도로도 주민들이 꼽는 벚꽃명소다.
해군진해기지 벚꽃 길은 군항제 기간에만 일반에 공개한다. 군사지역이라 지도에도 나오지 않지만 수령 100년이 넘는 벚꽃은 50~60년 된 시내의 꽃보다 풍성하고 기품이 넘친다. 평시에는 하루 2차례 운영하는 군항문화탐방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기지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탐방 5일 전에 인터넷(naval.changwon.go.kr)이나 전화(055-548-2835)로 예약해야 한다. 군무원의 출퇴근을 돕고 군수물자를 날랐던 통해역, 러시아풍 빨간 벽돌이 단아한 해군기지사령부 본관, 해군기지 끝자락에 숨겨진 이승만 전 대통령 별장과 해군사관학교까지 둘러보는 코스로 약 2시간이 걸린다.
진해 발품 여행 주전부리로는 ‘진해콩과자’와 ‘벚꽃빵’이 유명하다. 1915년부터 경화당제과에서 가내수공업으로 만드는 진해콩과자는 군항마을역사관에서 살 수 있고, 벚꽃빵은 중원로터리에서 인근 진해제과에서 판매한다.
일본식 주택을 멋스럽게 개조한 카페‘팥이야기’의 주요 메뉴는 팥빙수와 단팥죽. 오래된 목조 천장 아래 낡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아늑하다.
창원=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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