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 그룹 빅뱅 멤버 탑, 배우 김태희, 신민아, 한효주…. 이 연예인들의 공통점은 같은 동네 주민이라는 점이다. 스타들이 몰려 사는 지역 중 한 곳이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조망에 사생활 보호가 비교적 잘 되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높은 언덕에 형성된 마을이라 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이동이 어려워 인적이 드문데다, 마을로 향하는 출입구도 한 곳이라 보안도 잘 관리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직업 특성상 사생활 보호에 민감한 연예인들이 이 동네에 몰려 사는 이유다.
연예인 뿐만 아니다. 방송 작가들도 몰려 사는 동네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글을 쓰는 작업실이 몰려 있는 곳이다. 바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인근 한 오피스텔이다. 3개동으로 된 이 곳에는 지난 22일 종방한 SBS ‘육룡이 나르샤’를 공동으로 집필한 김영현·박상연 작가와 지난 12일 끝난 tvN ‘시그널’의 대본을 쓴 김은희 작가를 비롯해 4월 MBC를 통해 방송될 ‘옥중화’를 쓰는 최완규 작가 등 40여 명이 터를 잡고 있다. 방송사의 간판 드라마 상당수가 이 곳에서 탄생한 셈이다.
박상연 작가는 “하도 작가들 작업실이 이 곳에 많아 한 번은 직접 누가 사는지 세어 보니 40명이 더 되더라”며 “작가 협회에 가입된 회원수가 400명이고, 그 중 실제 활동하는 사람이 200명 정도인 걸 고려하면 활동하는 작가 5명 중 한명은 이 곳에 몰려 있는 셈”이라며 웃었다. 미국에 인텔 등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들이 몰려들며 IT 산업을 이끄는 ‘실리콘 밸리’를 만든 것처럼, 한국 드라마 시장을 주무르는 유명 작가들이 이 곳에 모여 ‘작가 밸리’를 이룬 셈이다. 강남에 작업실을 둔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김은숙 작가를 빼곤 유명 작가가 다 이 곳에 몰려 있다는 말이 방송가 관계자들 사이에 나올 정도다. 워낙 쟁쟁한 스타 작가들이 몰려 있다 보니 작가 지망생들 사이 이 곳은 ‘꿈의 마을’로 통한다. 그래서 인지 ‘작가 마을’ 옆에는 작가협회와 작가교육원이 있다.
방송 작가들이 ‘작가 마을’에 몰려들기 시작한 건 10여 년 전부터다. 김영현 작가는 “그 때만 해도 KBS를 비롯해 MBC가 여의도에 있었고, 방송사 주위 작업실을 찾다가 2007년쯤 이 오피스텔이 완공돼 작가들이 이리로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때 들어온 ‘작가 밸리 1기’가 ‘파스타’ 등을 쓴 서숙향 작가다.
작업실이 방송사와 가까우면 제작진과 소통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장점이 있다. 물론 ‘작가 밸리’에 입주한 모든 작가가 방송사와 가까워 이 곳에 입주한 건 아니다. ‘작가 밸리’에 입주한 A작가는 “집이 신대방동이라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작업실을 생각하다 작가들이 많이 있는 곳이 이 오피스텔이라 이 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친분이 있는 작가들은 서로의 작업실을 오가며 ‘작가 반상회’도 한다. 다만, 금기가 있다. “남의 드라마를 비판하지 않는 것”이다. ‘작가 밸리’에 사는 B작가는 “워낙 작가들이 많이 모여있고, PD 및 제작사 관계자들도 많이 오가다 보니 자칫 남의 드라마 흉보다 걸리면 낭패”라며 웃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