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4
호남 민심이 수도권 표심 좌지우지
광주 방문 1주일 만에 또 표 예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광주에 다시 간다. 다녀온 지 1주일도 채 안돼 다시 ‘남행열차’에 몸을 싣는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은 당의 지지 기반이자 텃밭이다. 그러나 희수(喜壽)의 김 대표가 광주에 공을 들이는 것은 호남 민심을 움직여야 수도권 표심을 얻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더민주 관계자는 “김 대표가 최대한 타이트하게 일정을 잡으라고 직접 지시를 내렸다”며 “4월 1, 2일 전주 등 전북지역 지역구 10곳을 모두 방문하고 2일 저녁에 다시 광주 방문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광주 일정까지 소화한 뒤 별도의 휴식 없이 제주도로 넘어가 지원사격을 펼칠 예정이다.
김 대표가 1주 새 두 차례 광주를 찾는 것은 광주를 비롯한 호남 민심의 향배가 선거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 야당 텃밭인 이곳의 표심은 거의 실시간으로 수도권 표심에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당직자는 “광주를 국민의당에 내줬다가는 이번 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여론조사를 봐도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으로 넘어가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더민주에 마음을 주고 있다고도 여길 수 없는 상황이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그야말로 양당이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외다리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더민주의 경우 광주 8개 선거구 중 총선정책공약단장을 맡고 있는 이용섭 전 의원의 광산을 지역구를 제외하면 안심할 수 있는 지역이 사실상 없다. 서을에 공천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도 6선에 도전하는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에게 뒤지는 형편이다.
광주지역 후보들이 대부분 신인이라는 점도 김 대표가 광주행 열차에 몸을 싣는 이유 중 하나다. 한 당직자는 “아직은 인지도가 낮은 만큼 이들에 대한 지원사격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더민주는 내부적으로 절반 이상 선거구에서 이기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 때문에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감이 적지 않다. 지역 관계자는 “더민주가 국민의당에 열세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만큼, 김 대표는 없는 일정을 만들어서라도 광주를 찾고 지극정성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야권 후보단일화 움직임도 김 대표를 광주로 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더민주 선거대책위 관계자는 “안철수 공동대표를 제외하면 수도권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당선될 지역이 거의 없다”며 “이런 상황을 알리는 것도 김 대표가 광주를 찾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지난주 광주 방문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광주 민심을 확인한 만큼 ‘수권정당=더민주’ 이미지 구축을 하겠다는 뜻으로, 이를 통해 더민주는 수도권 지역의 야권 후보단일화를 유리한 구도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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