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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없이 미래 없다] 다양성 저해하는 각종 규제로 수입산에 밀리는 국산 맥주 시장

입력
2016.03.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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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회사원 김모(38)씨는 최근 동네 대형마트에 가면 어김없이 수입 맥주 한 묶음씩을 산다. 밍밍한 국산 맥주의 맛에 질린데다 다양한 수입 맥주를 맛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백가지 수입 맥주 5,6개를 1만원에 살 수 있고, 맥주 전용잔까지 끼워주니 안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수입 맥주라고 하면 비쌀 것 같은데 가격 면에서도 캔(500㎖)당 2,000원 안팎인 국산 맥주와 큰 차이가 없다. 김씨 같은 사람들이 늘면서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맥주 중 수입산 비중은 어느새 40% 안팎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 맥주 시장은 약 5,000억원으로, 전년(3,600억원)보다 39%나 커졌다.

상대적으로 국산 맥주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소맥’으로 말아먹는 흐름에만 안주하면서 신제품 개발에 소홀했던 국내 업체들이 다양성으로 무장한 수입 맥주 물결에 떠밀린 결과다. 국산 맥주는 맛과 가격에서도 수입 맥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소비자들의 냉혹한 평가다.

이러한 국산 맥주의 취약한 경쟁력은 높은 시장 진입 장벽 등 각종 규제로 맥주 시장 자체가 과점인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맥주 시장은 80여년 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지배해왔고 2014년 롯데가 뛰어들며 비로소 3강 체제가 됐다. 오랫동안 이들 업체들이 내놓은 라거 맥주에만 길들여졌던 소비자들은 이제 점차 다양한 맥주를 찾아 나서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 하우스 맥주가 이들과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주세법상 맥주를 제조하려면 5만리터(L) 이상의 저장고를 갖춰야 하는 등 시설요건이 여전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일괄적으로 매기는 주세가 중소 규모의 하우스맥주 제조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우스맥주의 경우 병에 넣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판매할 경우 원가의 72%에 해당하는 주세가 붙는다. 맥주 출고량과 관계없이 모든 맥주에 일괄적으로 같은 세율이 적용된다. 이 경우 생산 원가가 높은 영세 제조업체는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하우스맥주 업계는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과점 시장 구조 아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산 맥주는 결국 수입 맥주와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격을 결정하는 재량도 수입 맥주에 비해서 제한을 받는다. 국산 맥주의 경우 출고가의 5% 안에서만 할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입 맥주가 재미를 보고 있는 할인이나 묶어팔기는 엄두도 못 낸다. 출고가격이 결정되는 과정 자체도 국산 맥주에 불리하다는 게 업계의 볼멘소리다. 국산 맥주의 출고가는 원가(원재료비와 노무비, 이윤, 기타 경비 포함)와 주세, 교육세, 부가세가 포함돼 결정된다.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신고가와 관세로만 가격이 결정된다. 국내 맥주업체 관계자는 “국산맥주는 원가에 제조사 이윤이 포함돼 있어 이윤이 늘어나면 세금도 늘어나는 구조”라며 “반면 수입맥주는 이윤이 늘어나도 세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가격을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입 맥주는 5~6개씩 한 묶음에 팔아 소비자들에게는 엄청나게 싸게 파는 것처럼 인식이 되고 있지만 실제 수입 맥주의 수입원가는 공개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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