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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 출신 감독 추일승, 오리온 우승으로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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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 출신 감독 추일승, 오리온 우승으로 이끌다

입력
2016.03.2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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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의 추일승 감독이 2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6차전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30점 이상 앞서가자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의 추일승 감독이 2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6차전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30점 이상 앞서가자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고양 오리온이 14년 만에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오리온은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KCC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승제) 6차전에서 전주 KCC를 120-86으로 꺾고 4승2패로 시리즈를 끝냈다. 120점은 역대 챔프전 한 경기 최다 득점 타이다. 오리온의 챔피언 등극은 ‘천재 가드’로 불리던 김승현(은퇴)이 뛰던 2001~02시즌 이후 처음이다. 또 정규리그 3위 팀이 우승을 차지한 네 번째 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오리온을 지휘하는 추일승(53)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무관의 한을 풀었다. 추 감독은 2006~07시즌 부산 KTF를 이끌고 울산 모비스와 챔프전에서 맞붙었지만 3승4패로 졌다. 그가 감독으로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기까지는 11시즌(KTF 6시즌+오리온 5시즌)이 걸렸다. 시리즈 MVP(최우수선수)는 공수에 걸쳐 활약한 프로 2년차 이승현(25)이 기자단 투표 87표 중 51표를 얻어 영예를 안았다. 반면 KCC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오리온의 기세에 밀려 5년 만의 우승 도전 기회를 놓쳤다.

결실 이룬 추일승의 마이 웨이

추일승 감독은 농구 비주류로 불리는 홍익대를 나온 주무 출신 지도자다. 그가 즐겨 부르는 곡은 프랭크 시네트라의 ‘마이 웨이’(My Way)다. 온갖 풍파에도 잡초처럼 흔들리지 않고 농구 이론과 전술 책을 번역하는 등 자기 만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부산 KTF 시절 결실을 못 이룬 ‘포워드 농구’를 오리온에서 꽃 피웠다. 적장 추승균 KCC 감독조차 “2개 팀을 꾸릴 정도로 오리온 선수 층이 두텁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김동욱을 비롯해 문태종, 허일영, 최진수, 이승현, 김강선, 김도수까지 모두 190㎝ 이상의 큰 키에 외곽슛 능력까지 갖췄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갈 수 있지만 추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해박한 지식으로 선수들을 납득시켰다. 그 결과 챔프전에서 김동욱부터 최진수, 문태종 등이 번갈아 가며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양 오리온의 이승현이 전주 KCC의 하승진을 밀착 수비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고양 오리온의 이승현이 전주 KCC의 하승진을 밀착 수비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이승현, 고려대 두목 호랑이→오리온 대들보

2014년 고려대 농구 전성시대를 이끈 ‘두목 호랑이’ 이승현은 프로 두 번째 시즌 만에 오리온 대들보로 우뚝 섰다. 외국인 센터가 없는 팀 특성상 이승현이 상대 빅맨 수비를 전담했다. 키는 197㎝로 다른 센터들보다 작지만 힘이 장사다. 하체로 버틸 줄 알고 무게 중심도 낮아 어느 누구도 몸 싸움으로 쉽게 이겨내지 못한다. 이런 이승현을 두고 농구 관계자들은 “스모 선수 같다”고 설명한다.

그는 챔프전에서 자신보다 무려 24㎝ 큰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221㎝)을 전투하듯이 몸으로 밀어내며 버텼다. 때문에 하승진은 골밑이 아닌 바깥으로 밀려나 공을 잡을 수밖에 없었고, 슛 적중률도 떨어졌다. 이미 지난해 10월 아시아선수권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이란의 하다디(218㎝)를 힘 싸움에서 이겼던 경험이 쌓여 하승진도 거뜬히 막아냈다. 추일승 감독은 “(이)승현이는 대체 불가 선수”라며 “MVP 자격이 충분하다”고 박수를 보냈다.

노련한 여우 헤인즈-열혈 꼬마 잭슨의 조화

애런 헤인즈와 조 잭슨도 ‘환상의 콤비’를 이뤘다. 시즌 막판 헤인즈의 부상 공백 탓에 잠시 엇박자를 냈지만 단기전에서는 찰떡궁합이었다. 한국에서 8번째 시즌을 뛰고 있는 프로농구 최장수 외국인 선수 헤인즈는 ‘노련한 여우’로 불린다. 무리해서 공격을 하기보다 동료들의 기회를 살릴 줄 알고, 심판 성향도 잘 알고 있어 상대 파울을 유도해낸다. 또 정교한 중거리 슛도 일품이다. 챔프전에서는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슛 적중률이 21%(14개 시도 3개 성공)에 그쳤던 5차전만 제외하면 완벽했다.

리그에서 유일한 외국인 포인트가드 잭슨은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농구를 한다. 키는 180㎝로 작지만 고무줄 같은 탄력과 화려한 개인 기술로 상대를 공포에 떨게 했다. 유일한 흠은 강한 승부욕 때문에 쉽게 흥분 하지만, 한번 불붙으면 폭발력이 상당하다. 잭슨은 2차전 3쿼터에 연속 3점포로 팀의 첫 승을 가져왔고, 3차전에는 후반에만 17점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했다. 챔프전에서 잭슨의 존재감은 이승현에 버금가는 MVP급이었다.

고양=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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