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투표 ‘노사정 합의안’ 부결
“현장인력 충원-비용절감 이견 커”
경영 참여 노동이사제도 논란
박원순 서울시장이 1년여 간 추진해 온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이 노조 반대로 무산 위기에 처했다. 내년 1월 1일자로 통합공사 출범을 선포할 예정이던 서울시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양대 노조(서울지하철노조, 서울메트로노조)는 29일 양 공사 통합안이 조합원 승인 투표에서 부결됐다고 밝혔다.
서울지하철노조는 25~29일 노사정 잠정합의안을 두고 벌인 찬반투표 개표 결과 조합원 5,603명 중 5,233명(93.4%)이 참여해 2,717명(51.9%)이 반대했다. 서울메트로노조도 과반이 반대했다. 조합원 2,625명 중 2,336명(89.0%)이 투표했고 이 중 1,230명(52.65%)이 반대했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는 71.4%가 합의안에 찬성했지만 각 노조는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통합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최근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와 서울시가 마련한 노사정 잠정합의안은 무효가 되고 노조는 통합관련 협상을 중단하게 됐다.
노사정 합의안은 인력규모와 임금수준, 직급조정 등의 쟁점을 담고 있지만 지하철 양 공사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아우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각 노조 집행부가 합의해 온 안을 두고 투표 전까지 몇몇 개별 지부가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날 부결된 합의안에는 양 공사 통합 후 중복인력 1,000여명을 효율화 강화 차원에서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이 담겼다. 양 공사의 본사 관리 부문 등에 업무가 겹쳐 앞으로 4∼5년간 퇴직하는 인력 3,000~4,000명 중 중복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자연 감축하는 방식이었다. 현재 양 공사의 정원은 서울메트로 9,150명, 서울도철 6,524명으로 1만 5,674명이다.
외주인력 직영화는 안전과 관련된 전동차 정비와 스크린도어 관리부터 실시하고 세부사항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인력 감축으로 절감된 인건비의 55% 이상을 처우개선에 투입, 임금과 후생복지 등을 수도권 동종기관 수준으로 맞추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지하철노조 측은 “노조의 현장인력 충원, 안전강화 주장과 시와 경영진의 비용절감, 인력효율화 주장 사이에 적지 않은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합의안에 포함된 노동이사제 도입 계획에 대한 논란도 거셌다. 노동자 경영 참여가 현행 법 체계나 실정에 맞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더 큰 혼란과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노조 조합원들의 투표 결과를 갖고 31일 양 공사 통합을 위한 노사정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할 것”이라며 “서울시는 정책적으로 노조가 반대하면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끝까지 합의점을 만들고 협의하자는 게 원칙인 만큼 통합 여부를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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