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 “애플에 소송 취하”
FBI, 법리문제 해결 미제로 남겨
“애플, 법 위에 선다” 비판 시달려
보안해제 기술 놓고 갈등 가능성
전문가들 “휴전일 뿐…” 확전 전망
미국 법무부가 아이폰의 잠금장치 해제와 관련된 소송을 취하하며 미국 정부와 애플의 법적 소송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들이 일시적으로 휴전했을 뿐 국가 안보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둘러싼 미국 정부와 IT공룡들의 갈등은 증폭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법무부 소속 에일린 데커 연방검사는 28일(현지시간) 소송 취하 사실을 공식 확인하며 “우리는 제3자의 도움을 받아 데이터 손상 없이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애플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도 했다.
이로써 2개월 가량 계속된 미 법무부와 애플의 공방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앞서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은 애플에 총기 테러범 사예드 파룩이 사용하던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풀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애플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여기에 개인 정보 보호를 중요시 하는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 주요 IT 업체들이 애플과 연대하며 대정부 전선을 꾸렸다. 반면 테러 희생자 유족들은 “애플이 살인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법무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등 ‘아이폰 전쟁’을 두고 미국의 여론이 양분돼 왔다.
FBI은 애초 이 문제를 대법원까지 끌고가 IT업체 수사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송을 취하하며 법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당장 애플을 지지했던 미국시민자유연맹의 알렉스 애브도 변호사는 “FBI와 애플의 싸움이 늦춰진 것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애플의 보안을 약화시키려는) 무모한 노력을 끝내야 한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반면 멜라니 뉴먼 법무부 대변인은 “관계자들의 협조로 국가 안보에 필요한 디지털 정보를 확보하는 일은 여전히 정부의 최우선사항”이라고 앞으로도 비슷한 요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AP 통신은 양쪽 모두 승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잃은 점도 많다고 평가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법무부는 테러범의 휴대폰에 접근하는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애플만이 보안을 뚫을 수 있다”는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지며 신뢰를 잃었다. ‘개인 정보를 중요시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굳힌 애플도 “테러리스트와의 싸움에 협조하지 않았다”, “법 위에 서려고 한다”는 비판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폰의 보안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된 것을 두고도 전문가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BI는 IT업체의 기술 보안과 관련해 결함을 발견할 경우 대부분 해당 기업에 알려 보안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애플이 ‘괘씸죄’에 걸릴 가능성이다. 실제로 미 법무부는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안해제 방법을 공유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거부했다. 뉴욕 주립대 버팔로 캠퍼스의 마크 바살러뮤 법학과 교수는 “애플이 법무부에 보안해제 기술을 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싸움이 어디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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