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사업장 2,769곳의 단체협약 실태를 조사한 결과 694곳(25.1%)에 우선ㆍ특별채용 조항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중 재해를 입은 직원이나 정년퇴직자 또는 장기 근속자 자녀를 우선채용이나 가산점 부여 등을 통해 입사 시험에서 우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조항에 따라 실제로 ‘고용세습’이 있었다면,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절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사 결과 이들 694개 사업장 중 사고ㆍ질병ㆍ사망자 자녀나 피부양 가족을 우선ㆍ특별 채용토록 한 사업장이 505곳(72.8%)으로 가장 많았다. 작업장에서 일하다 숨지거나 다친 조합원의 가족을 채용에서 우대하는 것은 산재보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그들의 어려운 형편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탓할 바 아니다. 그러나 한 사업장에서 오래 일했거나 정년을 마쳤다는 이유로 자녀를 우대하는 것은 일자리 대물림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기회 균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다른 구직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물론 노동부 발표에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노총은 우선ㆍ특별 채용 조항이 ‘노력한다’ ‘원칙으로 한다’ ‘할 수 있다’ 등으로 돼있어 사용자의 인사재량권을 인정할 뿐 아니라 지난 3년 동안 실제 적용사례도 89개 자체 조사 사업장 중 한 건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노동부는 지난해 727개 표본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 결과에서 업무상 재해 관련 조항을 위법으로 보지 않았다. 작년에는 문제되지 않았던 조항이 1년 만에 문제 조항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니 노동부가 저성과자 해고 등 양대 지침을 관철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한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노동계의 주장을 이해하더라도 고용세습 논란을 부를 조항, 특히 장기근속자나 정년퇴직자 우대 조항은 없애는 게 맞다. 노동계의 설명대로 실효성 없는 조항이라면 굳이 그대로 둘 이유도 없다.
이 기회에 기업주 일가와 기업 고위층, 유력 정치인 등의 채용 관련 비리도 엄히 다뤄야 한다. 취업을 하려면 든든한 배경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젊은이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유력인사들의 취업 청탁 등 비리를 밝혀야 한다. 이와 함께 학벌이나 스펙 대신 직무와 능력 중심으로 직원을 뽑는 채용 방식도 더 확대돼야 한다. 때마침 기업과 경제단체 그리고 정부가 그제 ‘능력중심채용실천선언 선포식’을 했다.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다며 돈과 시간을 쏟아 붓는 젊은이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바람직한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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