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선내 대기 방송이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증언이 나왔다. 28일 열린 세월호 2차 청문회에서 세월호 여객부 직원 강모씨는 “숨진 사무장으로부터 ‘선사에서 대기 지시가 왔으니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구명조끼 입히고 기다리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조타수 조 모씨도 청문회에서 같은 내용의 증언을 했다. 이들의 진술은 세월호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것으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숨진 여객부 직원들에게 누가 될까 봐 그 동안 숨겨왔다”고까지 한 걸 보면 진술의 신빙성도 인정된다.
청문회에서는 진도연안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 센터의 교신기록이 편집ㆍ조작됐고 해양수산부의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항적자료 상당 부분이 왜곡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참사 초기 교신 기록과 세월호의 위치와 속도 등 기본 정보가 잘못됐다면 정부 발표 내용의 신뢰성도 낮아지게 된다. 청문회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세월호 선사와 정부기관 간의 유착 정황이 드러났다. 청해진해운 직원들은 세월호 운항 승인을 받기 위해 해경에 현금 등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이틀간의 청문회에서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진상 규명에 새로운 단초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청해진해운 경영진과 해경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조사와 증거 자료 검증 등이 불가피해졌다. 세월호 특별법에 명시된 특검 수사가 가장 적절한 절차다. 하지만 현재 세월호 특조위의 특검 요청은 벽에 부닥친 상태다. 특조위는 이미 지난 15일 검찰 수사와 기소 대상에서 빠진 당시 해경 지휘부의 구조ㆍ구난 작업이 적정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국회에 특검 추천을 요청했다. 검찰은 당시 현장에 출동한 123정 정장만 기소했을 뿐 해경 지휘부에 대해선 수사하지 않아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청문회에서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된 만큼 특검 수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특검 추천이 난항을 겪는 것은 새누리당이 국회 논의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그 동안 특조위 구성과 활동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았다. 특조위 권한과 예산 배정, 활동 시한 연장 거부에 이어 공석인 여당 특조위원 5명의 후임자 추천도 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법 제정 당시 여야는 특조위에 수사ㆍ기소권을 주지 않는 대신 특검을 도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제 와서 새누리당이 특검 도입 자체에 훼방을 놓는 것은 명백한 합의 파기다. 정부와 여당은 19대 국회에서 특검안을 처리해 진상 규명에 협조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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