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을 맡으면 매번 자기 몫 이상을 해내는데 카메라 앞을 벗어나면 종종 물의를 일으켰다. 연기로 대중의 호평을 산 뒤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자숙하는 모습이 반복되자 사고뭉치는 그에 대한 고정 이미지가 됐다. 지난 28일 SBS 새 월화드라마 ‘대박’으로 1년 만에 연기에 복귀한 최민수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엇갈릴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최민수는 최민수였다. ‘대박’ 첫 방송부터 묵직한 연기로 시청자의 눈과 마음을 잡았다. ‘대박’은 조선 숙종 시대를 배경으로 왕위 계승자이나 왕이 되지 못한 베일 속 인물 대길(장근석)과 그의 아우이자 훗날 영조가 되는 연잉군(여진구)의 대결을 그린다. 노름을 이야기의 동력으로 삼은 이색 사극인 이 드라마에서 최민수는 숙종을 연기했다. 최민수는 예민하면서도 냉혹한 숙종을 그의 섬세한 표현력으로 그려냈다.
이날 ‘대박’은 시청률 11.8%(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함께 첫 방송된 같은 시간대의 지상파 라이벌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KBS2)와 ‘몬스터’(SBS)를 앞섰다. ‘대박’이 첫 대회전에서 기선을 잡는 데는 최민수의 연기가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최민수는 지난해 MBC드라마 ‘오만과 편견’에서 노회한 검사 문희만을 연기하며 호평을 얻었으나 KBS2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 촬영 중 벌어진 PD 폭행 사건으로 대중들의 손가락질을 받아야만 했다. TV조선 리얼리티 프로그램 ‘엄마가 뭐길래’에 얼굴을 비추며 아내 강주은에게 꼼짝 못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최민수의 인간적인 면모에 일부 시청자들은 호감을 나타냈으나 사고뭉치 이미지를 지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대박’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갈채를 이끌어내며 연기자 최민수의 저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네티즌은 대체로 최민수의 연기 귀환을 환대했다. 불미스러운 사건사고의 단골 당사자였으나 연기만은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도 뒤따랐다.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기사 댓글란에는 “최민수의 카리스마가… 눈빛에서 레이저 나오는지 알았음. 연기 하나는 진짜 잘하는 배우”(ee다****), “작품마다 뭔가 비슷하지만 자기 색깔 안에 캐릭터를 녹인다는 느낌이 들고 카리스마는 대체불가다”(hyun****) 등의 글이 올라왔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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