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황 악화로 재무 위기를 맞은 현대상선에 대해 채권 은행들이 29일부터 ‘조건부 자율협약’을 실시하기로 했다. 파산 직전이던 현대상선은 한숨 돌리게 됐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선박 임대료(용선료) 인하 협상 결과는 물론, 1조8,000억원대 채권을 가진 사채권자의 동참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등 채권 은행들은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제1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자율협약 개시 안건을 100% 동의로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이 이들 금융사에 진 1조원대 채무의 원금ㆍ이자 상환이 3개월간 유예된다. 다만 채권은행들은 “이번 협약은 선주와 사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동참을 전제로 한 조건부이며, 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자율협약은 종료된다”고 덧붙였다. 선주나 사채권자와의 협상이 어긋나면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앞서 지역 농협ㆍ신협 등으로 구성된 사채권자들은 지난 17일 집회에서 “1,200억원의 공모채 만기(내달 7일)를 3개월 연장해달라”는 현대상선 요구를 거절한 바 있다. 사채권자측 관계자는 이날도 “1,200억원의 공모채 중 지역농협 67곳이 약 640억원, 지역신협 40곳이 29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 영세한 규모라 채권을 일부라도 돌려받지 못하면 조합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채권은행이 추진하는 출자전환 방식 역시 “영세 조합은 채권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면 당장 그 해 결산에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난색을 표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이날 자율협약 개시 결정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