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속 반팔 차림에 막걸리 뿌려
교수는 행사 직전에 현장 떠나
학생회, “오랜 전통, 사죄 드린다”
부산 동아대학교의 한 동아리에서 오물이 섞인 막걸리 세례로 논란이 된 가운데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에서도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막걸리를 퍼붓고 담당 교수까지 동참한 의혹도 제기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학생회는 29일 학교 내부 전산망을 통해 “교수 동참은 사실이 아니며 후배들에게 고통을 준 점에 대해 사과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29일 원광대에 따르면 이 대학 국어교육과는 지난 4일 사범대 앞에서 신입생환영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선배들은 꽃샘추위 날씨에도 반소매와 반바지 차림으로 신입생들을 바닥에 차례로 앉힌 뒤 막걸리를 들이부었다. 이 학과 교수도 막걸리 세례 직전까지 행사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한 누리꾼이 막걸리 환영회 장면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누리꾼들 사이에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게시글에는 ‘날씨가 우중충한데 신입생들을 모이게 한 뒤 1학년 학과대표와 부과대표에게 심하게 막걸리를 부었다’는 등 당시 상황이 상세히 나와 있다. 또 이 글에는 ‘환영회 행사에 막걸리가 100병 정도 쓰였고 행사가 끝난 뒤 씻는 시간을 적게 줘 제대로 씻지도 못해 일부 학생은 옷을 버리기도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비난이 거세지자 원광대 학생회는 “이 행사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액운을 없애고 행복을 비는 마음을 담은 고사로 매년 해오던 것”이라며 “동참을 원치 않는 신입생들에게 신체적ㆍ정신적 피해를 끼친 점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교수의 막걸리 세례 동참 논란에 대해서는 “학과장은 금일봉을 전달하기 위해 식전행사에 참여했지만 덕담을 하고 바로 떠나 막걸리를 뿌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원광대 측은 담당학과와 학생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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