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기록ㆍ장기결석 등 아동 정보와
취약계층 정보 종합 고위험군 발굴
가해자 80% 부모교육도 강화키로
올 예산은 지난해보다 67억원 줄어
정부가 내년부터 예방접종, 장기결석 등 아동 정보와 단전ㆍ단수 가구 등 취약계층 정보를 종합해 아동학대 고위험군을 발굴하기로 했다. 부모교육 강화, 학대 대응 인력 확충 등으로 아동학대 근절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예산 확보가 불투명해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8차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핵심인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감금 초등학생 탈출사건(인천), 올해 1월 아동 시신훼손 사건(부천) 등 심각한 아동 학대가 잇따르자 내놓은 것이다.
빅데이터 활용해 학대아동 조기 발견
정부는 아동의 건강검진, 예방접종, 양육수당, 미취학, 장기 결석 등 아동 정보와 단전ㆍ단수 가구 등 취약계층 정보를 이용해 아동학대 위험가구를 예측해 조기 발견하는 시스템인 ‘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내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아동학대 가해자들의 특성을 추려 관련 변수를 찾아내는 연구를 실시하고, 부처별로 관리되고 있는 개인정보의 통합을 위해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한다. 내년 초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하반기부터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부모 역할 등에 대한 교육도 강화한다. 아동학대 사건의 대부분이 부모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지난해 79.8%)을 고려한 것이다. 초중고 교과과정에 부모교육 내용을 반영하고, 임신ㆍ출산 시기나 자녀의 영유아기 학령기 등 각각의 시기에 방문하게 되는 보건소, 산부인과, 어린이집, 학교 등에서 부모교육 시행도 권고한다. 아동학대 전담조직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숫자와 인력을 늘리고, 현재 24개 직군인 신고의무자에 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 입양기관 종사자도 추가한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아동 학대 예방과 조기발견이 이번 대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확보 불투명… 정부 실천의지가 중요
그러나 아동학대 예방에 핵심인 인프라 확대는 예산조차 확정되지 않아 실효성을 장담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신고 접수부터 현장조사, 사후관리 및 교육까지 아동학대 업무를 전담하는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전국 55개소, 직원 800여명)의 수 및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현재 인구 대비 기관 1개소 당 아동 약 16만명, 상담원 한 명이 약 1만8,000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아동보호전문기관 2,3개 신규 설치와 인력 100여명 충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약 15억~2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 같다”며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예산 협의 중이라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부모교육이 가장 필요한 집단은 한부모ㆍ조손ㆍ재혼ㆍ다문화 가구 등 취약가구지만 정부는 이 역시 예산 문제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올해 아동학대 정부 예산이 185억원으로 지난해(252억원)보다 오히려 67억원이나 줄어든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의 확고한 실천의지 없이는 이 같은 대책들이 공언(空言)이 될 우려가 높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 사망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지역사회 보호망 역할을 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숫자와 인력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며 “이에 대한 세밀하고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빅데이터에서 걸러 지지 않는 고소득 가구 등에 대한 학대 예방 문제, 발굴한 위험군에 대한 지원 방법이 빠져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부모교육 장소로 제시한 보건소, 산부인과 등에서는 부모의 양육위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집단적인 주입식 교육은 효과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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