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 나갔다. 평일 오후인데도 젊은이들이 북적거렸다. 어디선가 드럼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악기 소리는 없었다. 둥둥 쾅쾅 허공을 울리는 소리가 평범한 일상 풍경에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소리 나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벤치가 드문드문 놓여있는 작은 공원. 웬 남자가 홀로 드럼을 치고 있었다. 별다른 세팅이 없는 것으로 봐 공연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유심히 연주를 감상했다. 남자는 누가 보든 말든 열렬히 연주에 몰두했다. 그다지 뛰어난 실력은 아니었지만, 엇박에 싱코페이션 등 나름 복잡한 리듬까지 무리 없이 구사하는 편이었다. 문득, 대낮에 집에서 앰프 볼륨을 올려놓고 기타를 치다 옆집 눈총을 받았다는 후배의 얘기가 떠올랐다. 항의하는 건 그렇다 쳐도 “기타 연습 살살하시면 안 돼요?”라는 말에 기분이 나빴었다고 했다. ‘연습’이 아니고 ‘연주’라고 항변하고 싶었단다. ‘연주’인 만큼 소리를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 앰프 볼륨을 높이는 건 당연한 일. 대낮 번화가에서 혼자 드럼을 치고 있는 남자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죽자 살자 매달려 하는 일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든 그게 ‘연습’일리는 없을 거다. 다소 어설프고 민망하더라도 자신감 있게 몰두하는 모습은 실력 여부를 떠나 감동적인 데가 있다. 한동안 서 있다 약속 장소를 향해 자리를 떴다. 둥둥거리는 베이스드럼의 잔향을 오래 잊고 싶지 않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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