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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현명한 유권자의 전략적 선택

입력
2016.03.2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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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장드라마보다도 더 흥미로웠던 공천과정이 끝나고, 후보등록이 마무리되자 여야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의석수 계산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일년여 선거개혁, 선거구획정, 공천과정을 돌이켜 보면, 민주화 이후 최악의 결과만을 가져왔다고 평가된다.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선거제도는 오히려 개악되었고, 선거구도 거대정당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획정되었고, 중요한 아젠다였던 공천개혁도 계파갈등에서 시작되어 계파싸움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는 어디에도 없었으며 재선 욕심, 계파 이익, 대권 욕망만이 난무하였다. 전략공천이란 이름 하에 행해진 하향식 공천이나 무공천은 유권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이었고, 아예 투표할 권리마저 빼앗는 무투표 당선이란 현상까지 이어졌다. 빈번한 탈당과 무소속 출마는 취약한 정당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주었고, 유권자에게는 혼란과 정치혐오만을 부추겼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이고, 유권자가 선거에서 주권을 행사함으로써 정당화된다. 그러나 며칠 남지 않은 4ㆍ13 총선에서 유권자의 주권은 심각히 제한 받고있고, 주어진 선택지는 또다시 맹목적인 충성심을 강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는 정책, 정당, 인물을 기준으로 투표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지난 집권기간 업적을 평가하는 회고적 투표를 하거나 앞으로의 기대나 희망을 보면서 전망적 투표를 행한다. 그러나 여권의 계파갈등, 야권의 분열, 정책선거의 실종 등은 유권자의 선택을 어렵게 하고 심지어는 투표장에 나가는 것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유권자는 다양한 전략적 선택을 통하여 적극적인 의사를 표출함으로써 선거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유권자의 힘은 투표참여에서 시작된다. 정치혐오와 불신은 적극적인 참여로 극복해야지 기권이나 회피로는 해결될 수 없는 현상이다. 오히려 기득권세력은 정치불신을 부추겨서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한다. 총선에서는 처음으로 실시되는 사전투표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투표로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세대나 무당파와 같은 투표참여가 낮은 층은 선거결과에 자신들의 의사가 과소 대표되어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정책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공천후유증과 야당의 분열로 유권자들은 난립된 여러 후보들 중에 선택해야 한다. 앞으로 후보단일화 등의 변수가 없지는 않지만, 유권자들의 당혹감은 여러 지역에서 표출될 것이다. 어차피 정책선거도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경직된 정당투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은 지역구에서 후보의 선택과 비례대표에서 정당의 선택을 ‘경직된 충성심’과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개방된 자세로 분리하여 선택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비례대표후보에 불만이 있으면 더 마음에 드는 정당에 투표하고, 지역구에서는 후보의 자질과 공약을 보고 선택하는 이른바 후보투표와 정당투표를 분할하여 투표하는 것도 제약된 선택지를 유권자 스스로 넓히는 방안일 것이다.

셋째, 전체적으로 정책선거가 어려워 보이지만, 그래도 유권자는 지난 4년의 의정평가와 집권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 위에서 선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여당에게는 지난 4년간 정책을 잘 집행했는지, 경제가 좋아졌는지 책임을 묻는 회고적 투표를, 야당에게는 다수당이 되면 좋은 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 판단하는 전망적 투표를 하는 것도 방안이다. 여당, 야당 후보의 난립은 이러한 결정을 어렵게 할 수 있지만, 인물과 당선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집중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유권자의 유연하고 전략적 선택이야말로 유권자의 힘을 최대화시키는 방안이자 정치권을 개혁하는 길이고 나아가서 민주주의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김용복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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