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세돌
흑 알파고
<장면 1> 제2국은 알파고가 흑이다. 1부터 4까지 지극히 평범한 포진인데 재미있는 사실은 3이 알파고가 공식 대국에서 처음으로 둔 소목이라는 것. 알파고는 그 동안 모든 대국에서 으레 화점만 선택했다. 그래서 바둑계 일각에서는 알파고가 항상 그 상황에서 가장 승리 확률이 높은 수만 두도록 설계돼 있다는데 그렇다면 포석 단계에서는 화점이 가장 유리한 착점이라고 이미 결론이 내려진 게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초반 포석 단계에서 알파고가 뜻밖에 변칙 수법을 들고 나왔다. 5부터 12까지 흔히 볼 수 있는 정석 수순이 진행된 다음 갑자기 상변 13으로 손을 돌린 게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기존 바둑 이론으로는 흑이 손을 빼려면 애당초 11, 12를 교환하지 말아야지, 기왕에 11, 12를 뒀으면 당연히 하변에 A로 벌려야 한다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당장 <참고1도>나 <참고2도>처럼 공격 당하면 흑이 불리한 진행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정설이다. 한데 실전에서는 이세돌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참고도>의 수순을 밟지 않고 14로 좌변을 먼저 차지했다. 평소답지 않은 온건한 선택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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