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금호석유화학 대리인이 공개적으로 경영상태를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 ‘형제의 난’으로 갈라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대표이사, 금호석유화학은 동생 박찬구 회장이 대표이사라 동생이 형에게 쓴소리를 한 셈이다.
28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금호석화의 위임을 받은 변호사 3명이 참석했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12.61%(2,459만여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금호석화 대리인은 “지난해 재무제표를 보면 매우 실망스럽고, 올해도 이런 상황이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매출액은 5조2,000억원인데 영업이익은 93억여원밖에 안되고, 계속되는 자본잠식은 언제 해소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급수수료 1,500억원이 어디로 나가는지, 관계회사간 거래가 왜 증가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근본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비핵심자산을 매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호석화 대리인은 경영책임을 이유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서재환 사장의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재선임안은 찬반 거수로 통과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석화에서 지적한 사항에 대해 “신용카드와 예약대행수수료, 시스템 사용료로 사용됐고, 관계회사간 거래 증가는 금호터미널의 전주 터미널 공사, 금호리조트 제주신관 공사 등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호가 기업들은 지난해 말 대법원 판결로 박삼구 회장이 운영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이 운영하는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완전히 나눠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5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이고, 자본잠식률이 2014년 18.5%에서 지난해 35%로 늘었다.
금호석화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 악화가 항공안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주주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