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4ㆍ시애틀)는 최근 국내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일본에 있으면 대우 받고 편하게 야구할 수 있지만 팬들의 바람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미국 도전을 택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내 꿈도 중요하지만 팬들이 이대호가 과연 미국(야구)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 보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거액을 포기하고 자신과 팬들의 꿈을 좇아 태평양을 건넌 이대호가 마침내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28일 이대호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몬티스 스포츠 매니지먼트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대호는 시애틀의 25인 개막 로스터 합류를 확정했다. 이대호는 몬티스 스포츠 매니지먼트그룹을 통해 “응원해주신 팬들 덕에 첫 번째 목표를 달성했다”며 역시 팬들을 먼저 거론했다. 이대호는 “하지만 멈추지 않고 노력해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도 “시애틀이 한국인 거포 이대호를 40인 로스터에 포함했으며, 개막 로스터에도 포함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대호가 백업 1루수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의미도 덧붙였다. 제리 디포토(48) 시애틀 단장도 이대호에게 직접 25인 로스터 진입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대호는 험난한 관문을 뚫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는 데 성공했다. 이대호의 미국 진출은 말 그대로 ‘모험’이었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 늘 정상에 있었다. 롯데 소속이던 2010년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을 달성한 뒤 2011시즌 후 일본에 진출했고 2014년과 지난해 소프트뱅크에서 2시즌 연속 우승 반지를 끼었다. 지난해 재팬시리즈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MVP까지 차지한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의 끈질긴 구애를 뿌리치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담했다. 아시아에선 최고였지만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이대호의 수비와 주루 능력에 물음표가 붙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꿈을 위해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시범경기 성적을 보고 메이저리그 진입이 결정되는 조건부 계약(스플릿)이었다. 기간은 1년 인센티브 포함 4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그는 당시 “어차피 (출전이 보장되는)25인 로스터에 들지 못하면 마이너리거다. 잘 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자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실제 이대호는 시범경기를 즐기면서 치렀고, 비자 발급이 늦어져 시범경기에 뒤늦게 참가하는 악재 속에서도 경쟁에서 승리했다. 시애틀은 아담 린드(33)를 주전 1루수로 점찍고, 좌투수가 나올 때 활용할 우타 1루수 후보로 이대호, 헤수스 몬테로(27), 스테판 로메로(27)를 꼽고 경쟁을 유도했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포함됐지만 보장 연봉은 소프트뱅크 시절(약 51억원)의 5분의 1 수준인 100만 달러(약 11억원)다. 메이저리그 활약도에 따라 최대 400만 달러까지 받아도 일본보다 적다.
물론 경쟁도 끝나지 않았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개막한 뒤에도 우익수와 1루수를 오가는 로메로와 우타 1루수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현지 언론은 “시애틀은 마이너리그 옵션이 있는 로메로를 마이너리그로 보내 개막을 맞이하게 하고, 시즌 초반에는 이대호를 메이저리그 우타 1루수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대호가 부진하면 로메로를 메이저리그로 올리고, 이대호가 연착륙하면 로메로는 마이너리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시애틀의 계획을 전망했다.
디포토 단장은 “이대호는 준비된 선수다. 예전 기록을 살피면 좌투수에 강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라며 “타석에서 차분한 모습으로 팀에 믿음을 심었고 주루와 수비에서도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이대호를 품에 안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대호는 28일 현재 17경기에 출전, 타율 2할5푼(44타수 11안타)을 기록 중이다.
한편 김현수(28ㆍ볼티모어)의 처지는 이대호와 엇갈렸다. 볼티모어 언론인 ‘볼티모어 선’에서 볼티모어 구단을 담당한 에두아르두 엔시나 기자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벅 쇼월터 감독이 내일 포트 마이어스 원정길에 김현수를 데려가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시범경기 타율 1할8푼2리(44타수 8안타)에 그치고 있는 김현수에 대한 비관론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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