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승 김대진과 협연 피아니스트 문지영
지난 해 9월 제60회 부조니 콩쿠르 결선 2라운드가 펼쳐지는 이탈리아 볼차노. 피아니스트 문지영(21)의 연주가 한창인 무대 위로 박쥐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그곳에서 ‘길조’로 여겨지는 박쥐는 환풍구를 통해 들어와 무려 30분이나 연주회장에서 퍼덕거리며 돌아다녔고, 문지영은 1949년 창설된 이 대회 최초의 아시아 우승자가 됐다.
화제의 콩쿠르 동영상과 장애를 가진 부모, 김대진 수원시향 지휘자와의 만남 같은 사연이 맞물리며, 그는 일약 ‘음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콩쿠르 우승 부상으로 유럽과 아시아 공연은 내년 4월까지 이어지고, 국내에서도 지난 달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 각종 공연이 줄을 잇고 있다. 다음달 10일 교향악축제에서 다시 한번 부천필과 협연을 갖고, 21일에는 스승인 김대진 지휘자와 첫 협연을 한다. 5월 17일 서울스프링 실내악 축제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등 중견 연주자들과, 6월 15일에는 디토 페스티벌에서 첼리스트 문태국과 연주를 갖는다.
“원래 주변을 의식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연주하는 그 순간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문지영은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연습량이 많은 편인데 연주회가 늘어 작품 당 연습량이 줄어들었다”고 내심 걱정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아침 7시 반 학교 연습실이 문을 열 때쯤 나와 밤 10시까지 수업 시간 빼곤 “도서관에서 공부하듯” 연습실에서 피아노를 연습한다고 했다.
6세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문지영은 중학교 1학년 때 7박 8일 ‘영재 캠프’에 다녀와서는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스승인 김대진 수원시향 지휘자를 만난 것도 그 자리에서다. 이듬해 한국메세나협회가 주최한 피아노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해 레슨비 지원을 받은 그는 “누구한테 레슨 받고 싶냐”는 협회의 질문에 김대진을 꼽았다. 문지영은 스승 김대진을 “디테일하게 알려주시기 보다는 심리적인 것에 대해 말을 많이 해주는 분”이라며 “곡 해석을 어떻게 할지 몰라 애를 먹고 있을 때 ‘이 부분을 어떤 생각으로 연주해봐’라고만 해도 연주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제자가 많은데, 같은 곡도 제자마다 연주가 다 달라요. 당신 해석을 주입하지 않고 제자의 장단점을 잘 봐주시죠. 저보다 저를 더 잘 아세요.”
국내외 밀려드는 연주회에서 선보일 프로그램도 김대진 교수와 일일이 상의해서 짠다. 베토벤 같은 독일 작곡가가 잘 맞는다는 그는 라벨, 슈만 등으로 레퍼토리를 넓히고 있다. 콩쿠르 우승 전에 “엄청나게 많은 피아니스트 연주를 다 들어봤다”는 그는 요즘 새 곡을 연습할 때는 반대로 다른 사람 연주를 안 들으려고 노력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콩쿠르 끝나고 새로운 곡을 공부하면서부터 생각이 복잡해졌어요. ‘나의 음악관은 무엇인가’하는 거죠. 같은 곡도 1년 전과 현재의 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연주자로서 인생은 이제 시작인 거 같아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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