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소년범 등 학교 겉도는 청소년
사고 일어나기 전에 찾아서 관리
밥 사 먹이며 정상생활 복귀 지원
“한 명 선도하면 나머지도 가능성 커
아동학대, 장기결석도 관리 나설 것”
“윤성이가 행방불명입니다. 개학 날부터 학교에 안 나오고 있어요.”
23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경찰서 홍성현 경장이 광진구 한 다세대 주택의 문을 다급히 두드렸다. A고 3학년 한윤성(18ㆍ가명)군이 3주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자 학교 측 신고로 집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홍 경장을 맞은 한군 어머니의 외삼촌(70)은 그의 존재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몇 해 전 부모가 이혼한 한군은 소재지만 이 곳으로 돼 있을 뿐이었다. 홍 경장은 통사정 끝에 한군 외삼촌의 연락처만 받아 들고 발길을 돌렸다. 홍 경장은 “생존 여부라도 파악하려면 아무래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며 수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홍 경장은 학교전담경찰관(SPO)이다. SPO는 2012년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폭력 예방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경찰이 신설한 특별 보직이다. SPO의 노력으로 한 때 2만명이 넘던 학교폭력 검거 인원은 1만여명까지 줄었다. 3ㆍ4월은 SPO에게 가장 바쁜 시기다. 새 학년이 된 학생들이 서로 힘의 우열을 과시하느라 전체 학교폭력의 약 30%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범죄 노출 가능성이 높은 ‘학교 밖 청소년’ 관리가 SPO의 주요 임무가 됐다.
학교 밖 청소년은 SPO에게도 선도가 가장 어려운 대상이다. 한군 사례에서 보듯 만남 자체가 쉽지 않다. 하지만 폭력을 예방하고 범죄자 양산을 막기 위해선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이다. 홍 경장은 이날 오후 광진서 인근 삼겹살 집에서 이영우(18ㆍ가명)군과 친구 2명을 만났다. 학교를 계속 다녔다면 고3 나이인 이군은 2년 전 폭행으로 소년원에 갔다가 복학한 후 1년 만에 자퇴했다. 홍 경장은 이른바 ‘광진구 우두머리’로 불린 이들과 가깝게 지내며 부모처럼 챙겼다. 자퇴 결정도 본인 의사를 최대한 존중했다. 경찰이 먼저 손을 내밀면서 지금은 아이들이 먼저 음지에서 활동하는 폭력서클 정보를 전해줄 정도로 신뢰가 쌓였다. 홍 경장은 “동대문에서 패션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이군에게 “고교는 마쳐야 꿈을 이루기가 더 쉽다”며 검정고시를 권유했다.
SPO들은 청소년들이 학교를 등지는 고리를 끊으려면 범죄 그룹 관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 계양서 소속 최승호 순경은 이날 지난해 11월 방화사건으로 알게 된 중학교 3학년 김지훈(15ㆍ가명)군과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았다. 김군은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불량서클 선배들과 어울리면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서클 내부에서 상습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하지만 신고하면 더 큰 보복이 돌아올까 겁이 나고 서클 밖으로 내쫓기는 것도 두려워 나오지 못하고 있다. 서다. 최 순경은 “집단 구성원 중 한 명이라도 선도에 성공하면 나머지도 정상 생활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들을 한 집단으로 이어 준 담배부터 끊게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해마다 여러 학교폭력 예방 대책이 공개되고 있지만 그래도 문제 청소년들을 보듬는 것은 꾸준한 관심이 제일이다. 최 순경은 “학교 선생님조차 감당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인내심을 갖고 다가가야 범죄의 길로 발을 들여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 경장도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일수록 삶의 고민이 많아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학교폭력뿐 아니라 아동학대와 장기결석 등 청소년 안전관리 쪽으로 SPO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혜정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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