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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사업 15년 ‘난개발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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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사업 15년 ‘난개발 부메랑’

입력
2016.03.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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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지연 서울 24개 지구 65곳

줄줄이 해제 후 소규모 개발 몸살

19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낡은 주택을 허물고 빌라 등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19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낡은 주택을 허물고 빌라 등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난 16일 기자가 찾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4동 204번지 일대. 차량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비좁은 골목을 따라 붉은 벽돌의 단독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한 골목(도신로 48길)으로 들어서자 주택들 사이로 공사가 막 시작된 철골 구조물이 눈에 띈다. 여기서 20m 정도 떨어진 왼편 골목에는 굴삭기가 요란한 소음을 내며 터파기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일대 반경 100m 이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축 빌라 공사만 4건에 달한다.

이 지역은 2014년 11월 신길 뉴타운 지구에서 해제됐다. 조합 구성도 못할 정도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다 주민들에 의해 해제된 이후 곳곳이 파헤쳐지는 중이다. 신길지역에 작년 한 해 빌라 등 공동주택 신축으로 허가된 건수만 87건. 모두 놀이터, 경로당 등 편의시설 구축 의무가 없는 29세대 미만으로 허가 받은 주택들이다. 23년 동안 이 곳에 살았다는 김형식(69)씨는 “땅값을 올리겠다고 무작정 뉴타운 지정에 매달린 일부 주민들과 선거철 이를 부추긴 정치인들 탓이 크다”며 “곳곳에서 빌라를 짓는 공가가 진행되면서 주거환경은 훨씬 악화됐다”고 말했다.

낙후된 서울 도심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고 2002년 시작된 뉴타운 사업이 ‘난개발 폭탄’으로 되돌아왔다. 과욕에서 비롯된 과도한 뉴타운 지정이 빚은 결과다. 27일 건설업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지역 뉴타운으로 지정된 총 35개 지구, 262개 구역 중에서 15년째를 맞는 올해까지 해제된 곳은 24개 지구, 65개 구역(해재예정 4구역 포함)에 달한다. 4분의 1 가량이 해제가 된 것이다. 서울시가 4월부터 개발이 지지부진한 뉴타운을 직권 해제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뉴타운 해제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뉴타운 지정으로 꾹꾹 억눌러왔던 개발 욕구가 일시에 분출되면서 해제지역에서는 소규모 개발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뉴타운 지정 → 개발 지연 → 주민 반발 → 뉴타운 해제 → 난개발’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장위1동 230번지 일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19일 찾은 동네 곳곳에는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과 공사 가림막이 뒤섞여 있었다. 소방차조차 다니기 힘든 골목(장위로21라길)에서도, 가파른 비탈길(21나길)에서도 빌라 신축이 한창이었다. 대형 화물차와 레미콘 차량이 길을 막아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었고, 비좁은 골목 한 켠을 시멘트포대, 철근, 각목 등 공사자재가 차지하고 있었다. 쾅쾅대는 굉음, 쇠 갈리는 소리, 흩날리는 먼지로 거주환경은 최악이었다. 김현철(47)씨는 “메인 도로인 장위로가 왕복 2차선밖에 안 되는데도, 빌라 수십 채가 한꺼번에 신축되고 있다”며 “야근이 많은 직업 특성상 오전에 쉬어야 하는데도 도저히 휴식을 취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주부 이선민(38)씨는 “공사차량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가다 보니 아이를 밖에 내놓을 수가 없다”며 “좁은 골목은 넓혀주지 않은 채 신축 허가만 내주면서 더욱 살기 어려운 동네가 돼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014년 11월 구역 해제가 이뤄진 뒤 이곳(장위뉴타운 12, 13구역)은 지난해 33건의 신축이 이뤄졌는데, 지금도 30건의 공동주택 공사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15년간 여기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한 김선자씨는 “작년 초부터 외부 사람들이 몰려들더니 개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한 집 걸러 하나씩 빌라가 신축될 정도로 일제히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기존 집주인들도 버티지 못하고, 집을 팔고 여기를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업자의 주택 매입이 시작되면서 이 지역 주택 가격은 폭등했다. 2014년만 해도 3.3㎡당 800만~900만원 정도였는데, 현재는 1,400만원까지 치솟았다. 기존 주민들은 엄두를 내기 쉽지 않은 가격이다. 뉴타운 사업이 완료된 지역이 집값 급등으로 원주민을 밀어내고 있는 것처럼, 해제지 또한 원주민들이 떠나는 동네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뉴타운 사업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서민들은 이 곳에서 정착을 못하고 열악한 주거지역으로 내몰리는 꼴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글ㆍ사진=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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