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국가대표 출신 조정민(22ㆍ문영그룹)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4년 만에 생애 첫 승을 거머쥐었다.
조정민은 27일 베트남 달랏의 더 달랏 at 1200 컨트리클럽(파72ㆍ6,665야드)에서 열린 더 달랏 at 1200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5억원, 우승상금 1억원) 3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기록, 합계 5언더파 211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까지 7언더파로 선두를 달렸던 오지현(20ㆍKB금융)은 2번 홀에서 티샷이 해저드에 빠지면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는 등 5타를 잃어 합계 2언더파로 지한솔(20ㆍ호반건설)과 함께 공동 2위로 밀려났다.
조정민은 아홉 살 때인 2003년 가족을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뒤 그곳에서 골프를 시작했다. 2년간 뉴질랜드 국가대표를 할 정도로 재능을 발휘한 조정민은 2011년 세계여자아마추어대회를 제패하는 등 리디아 고(19)와 라이벌 경쟁을 벌였다. 조정민은 아마추어 통산 25승을 거뒀고 뉴질랜드 아마추어 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국적을 회복하며 2012년 KLPGA 프로 자격을 얻은 조정민은 드림투어와 정규 투어를 오르내리는 등 힘겨운 투어 생활을 이어갔다. 지난해도 상반기까지 18번 참가한 대회에서 12번이나 컷 탈락하는 등 부진하다 9월에 열린 YTNㆍ볼빅 여자오픈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하며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조정민의 소속팀인 문영그룹은 지난 7일 조정민 등 7명으로 구성된 ‘MY문영 골프단’을 창단한지 20일만에 우승 선수를 배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날 대회 최종 라운드는 강풍에 상위권 선수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혼전에 빠졌다. 대부분의 선수가 스코어를 잃었고 조정민과 최유림(25ㆍ토니모리), 박주영(25ㆍ호반건설)만이 언더파 스코어 카드를 제출했다.
3타차 단독 선두로 출반한 오지현은 9번홀까지 버디는 2개에 그치고 트리플보기 1개,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를 쏟아내 5타를 잃어버렸다. 이 사이 1타 밖에 잃지 않은 지한솔이 선두로, 타수를 지킨 조정민이 오지현과 공동 2위로 전반을 끝냈다.
이들 세 선수간의 접전은 15번홀(파4)을 지나면서 조정민 쪽으로 기울었다. 11번홀(파4) 버디로 1타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조정민은 15번홀(파4)에서 기막힌 샷을 날렸다. 페어웨이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둔덕을 타고 홀 바로 앞에 멈췄다. 조정민은 이 홀에서 탭인 버디를 잡아냈다.
오지현도 15번홀에서 그린 밖에서 퍼터로 굴린 볼을 홀에 넣어 버디를 잡고 조정민을 1타차로 추격했다. 그러나 조정민은 16번홀(파5)에서 7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해 오지현과 격차를 2타로 벌렸다. 조정민은 17번홀(파3)과 18번홀(파5)에서 티샷이 흔들렸지만, 무난히 파로 막고 마지막 조의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조정민은 우승 후 “마지막 퍼팅을 할 때까지 내 순위를 몰랐는데 기록지를 제출할 때 순위를 알고 너무도 떨렸다”며 “오늘 바람이 너무 강해서 한가지만 잘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들어갔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지난해 시드 순위전을 1위로 통과하며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른 이효린(19ㆍ미래에셋)은 첫 출전 대회에서 4오버파로 공동 4위로 선전하며 올 시즌 전망을 밝혔고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김자영2(25ㆍLG)도 공동 4위에 올라 지난해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이후 10개월 만에 톱10에 들며 부활의 날개를 펼쳤다.
달랏(베트남)=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