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고교(삼일상고) 졸업장을 받아 든 루키 송교창(20ㆍ199.5㎝)이 벼랑 끝에 몰린 전주 KCC를 구했다.
송교창은 2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챔피언 결정전(7전4제) 5차전에서 종료 43초 전 천금 같은 팁인(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다음 공중에서 바로 던진 슛) 득점으로 팀의 94-88, 6점 차 승리를 이끌었다. 4차전까지 1승3패로 한 판만 지면 우승을 놓치는 위기에 몰렸던 KCC는 안방에서 반격의 1승을 올리고 시리즈를 6차전으로 끌고 갔다. 6차전은 29일 오후 7시 오리온의 홈인 고양에서 펼쳐진다.
송교창은 KCC가 향후 2~3년을 내다보고 뽑은 기대주다. 지난해 10월 신인드래프트에서 KCC는 전체 3순위로 송교창을 지명했다. 고졸 출신으로는 역대 최고 순위였다. 앞서 2004년 이항범(KCC), 2005년 한상웅(서울 SK)까지 고졸 출신 지명 사례가 있었지만 재학생 신분으로 곧바로 1군 무대를 뛴 선수는 송교창이 처음이다.
정규시즌 성적은 20경기에서 평균 8분27초를 뛰며 1.5점 1.7리바운드에 그쳤던 그가 가장 큰 무대 챔프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상대 장신 포워드 군단을 막기 위해 코트를 누비던 송교창은 팀이 86-84로 근소하게 앞선 경기 종료 46초 전 김효범의 중거리 슛이 빗나가자 골밑으로 달려들어 리바운드를 잡고 바로 슛으로 연결했다. 이 한 방으로 승부의 추는 KCC로 기울었다.
송교창은 이후 종료 3초를 남기고는, 상대 파울로 점수가 인정이 되지 않았지만 호쾌한 투 핸드 덩크슛으로 체육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4차전 막판 승부가 기운 가운데 오리온 최진수가 덩크슛을 터트려 KCC 동료들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을 그대로 되갚았다. 송교창의 이날 성적은 12분8초 출전에 7점 3리바운드. 기록은 크게 돋보이지 않았지만 경기 종료 후 주축 센터 하승진이 송교창을 번쩍 들어올리고 홈 팬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할 만큼 승리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KCC는 안드레 에밋이 38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활약했고, 전태풍은 20점을 보탰다. 반면 오리온은 한때 21점 차로 끌려가던 경기를 막판에 뒤집었지만 흐름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조 잭슨이 32점, 이승현이 23점으로 분전했다.
추승균 KCC 감독은 “(송)교창이 나이 때 나는 열심히 운동만 하고 있었다”면서 “확실히 담이 큰 선수”라고 칭찬했다. 추 감독은 “고교생이 처음 나서는 챔프전인데 이렇게 뛰는 것을 보면 다른 선수들하고 다른 것 같다”며 “우리가 신장에서 밀리기 때문에 교창이 말고 쓸 선수가 없는데 자기 몫을 다했다. 6차전에도 밀어붙이겠다”고 말했다.
송교창은 “막내로 형들과 같이 뛰면서 승리를 거둬 기쁘다”며 “팁인 득점은 얼떨떨하다. 열심히 뛰다 보니까 이런 기회도 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막판 덩크슛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3연패로 팀 분위기가 처져 살리려고 했다”면서 “또 4차전에 오리온 (최)진수 형이 했던 덩크를 받아 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전태풍은 “진수가 덩크로 기분 나쁘게 했는데 교창이가 잘 해줬다”고 박수를 보냈다.
전주=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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