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열대과일의 산지로 바뀌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열대과일을 생산할 수 있는 자연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온이 점점 높아지면서 국내에서 망고, 패션프루트, 용과, 파파야 등 열대과일 농사가 활발해지고 있다.
■ 열대과일 재배지역이 북상한다
2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최근 열대과일 수급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열대과일 재배면적은 106.6㏊, 재배 농가는 264호로 집계됐다. 여의도 면적(2.9㎢)의 약 37% 규모로, 아직 재배 면적이 넓지는 않지만 재배면적과 농가수가 각각 전년(58㏊·174호)보다 83.7%, 51.7% 늘었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과일에 대한 수요 증가, 기후 온난화에 대비한 농가의 새로운 작목 발굴, 지자체 고소득 작목 육성사업 추진 등으로 열대과일 재배면적이 넓어졌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지난해 열대과일 생산량은 전년(769.6t)보다 52.5% 늘어난 총 1,174.1t이었다. 열대과일 중에서도 망고, 패션프루트, 구아바의 재배면적과 농가수가 급증했다.
패션프루트가 408.7t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망고 398t, 파인애플 167t, 용과 86t, 파파야 62.9t, 바나나 32t, 구아바 15.5t, 아떼모야 4t 순이었다.
열대과일 재배농가는 제주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열대과일 재배 지역은 빠르게 북상해 경북, 전남, 전북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2014년에는 전체 재배농가(174호) 가운데 절반(86호·49%)이 제주 농가였으나 작년에는 제주 비율이 33.3%(88호)로 낮아졌다. 그러면서 경북(20.8%), 경남(15.2%), 전남(14.8%) 등에서도 열대과일 재배가 활발해지고 있다.
또 2014년 열대과일 재배 실적이 없었던 대구, 부산, 전북, 충남, 충북 등에도 지난해 신규 열대과일 농가가 등장했다. 신규농가의 대부분은 망고, 패션프루트, 구아바 등의 품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망고 농가는 제주에만 60개가 분포해 한자리수를 기록 중인 다른 지역을 압도했다. 2001년 망고 재배를 시작한 제주에서는 이제 망고 농사가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패션프루트 농가는 경북(52개), 전남(25개), 전북(22개) 등을 중심으로 분포했다.
▲ 국내 열대과일 재배 현황 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 고소득 작물이지만 당면과제도
온난화에 열대과일이 고소득 작물로 주목받지만 당면과제도 산적해있다.
대규모 시설투자비와 유지·관리비, 재배기술의 부족, 시장의 미형성, 이상기후 등으로 열대과일 재배농가의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겨울철 냉해 방지를 위한 가온시설이 필수적이어서 난방비 부담이 크다는 것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국내 열대과일 재배기술 연구 및 보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농가의 대부분이 자체 연구나 타 농가로부터의 기술 전수에 의존한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열대과일 병해충 방제를 위한 전용 농약의 개발이 시급하다.
개별품목의 총생산량이 적어 합리적 수준의 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거래시장도 부재한 상황이다. 방문구매, 인터넷 구매 등 다양한 형태의 유통채널이 존재하나 거래량이 적어 현재 농가나 구매자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설정하고 있다. 또, 열대과일은 특성상 냉해, 가을장마 등 이상기후로 인한 생육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패션프루트 신규농가 중 2015년 냉해피해로 폐원 위기에 직면한 농가가 다수 존재했다.
과거 수입 급증으로 국내 바나나·파인애플 농가 대다수가 문을 닫은 점을 교훈 삼아 열대 과일 재배를 위한 신규 투자 시 신중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강조했다.
1980년대에 제주도를 중심으로 바나나와 파인애플 재배 농가가 급증했으나 1990년대 들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에 따른 수입 자유화로 대부분 농가가 폐원했다. 바나나는 198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재배해 1990년에 재배면적이 440.2㏊, 생산량이 2만1,770t에 달했다. 그러나 작년 재배면적은 1㏊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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