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인구의 눈과 귀가 ‘긴급소방수’ 가오 홍보(50)에 쏠려 있다.
가오 홍보 감독이 이끄는 중국 축구대표팀이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에 도전한다.
얼마 전까지 중국은 월드컵은커녕 최종예선 참가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중국은 2차 통합예선에서 카타르와 홍콩, 몰디브, 부탄과 C조에 속했다. 8개조로 치러지는 2차 통합예선은 각 조 1위 8팀과 2위 중 상위 4팀만 와일드카드를 받아 총 12팀이 최종예선에 오르는 방식이다. 중국은 카타르에 1위, 홍콩에 2위를 내주며 탈락 위기에 몰려있었다.
대륙은 깊은 열패감에 빠졌다.
중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처음 본선을 밟은 이후 한 번도 아시아 예선을 통과한 적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앞세워 정치, 경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정상권 실력을 과시하지만 유독 축구에서만 작아졌다. 시진핑(63) 주석이 ‘축구굴기(축구로 일으켜 세우다)’ 정책을 표방한 뒤 몇 년 전부터 중국 프로 팀들이 거액을 투자해 성적을 내면서 자연스럽게 중국대표팀도 큰 기대를 받았지만 역시나 기대 이하였다. 대표팀을 향한 비난이 빗발치자 중국축구협회는 작년 말 팬들에게 공식 사과한 뒤 올 1월 프랑스 출신의 알랭 페랭(60) 감독을 경질하고 가오 홍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가오 홍보 감독은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중국은 지난 24일 2차 통합예선 7차전에서 몰디브를 4-0으로 이기고 2위로 올라섰다. C조에서는 카타르가 7전 전승(승점 21)으로 1위를 확정했고 중국이 4승2무1패(승점 14)로 2위, 홍콩이 4승2무2패(승점 14)로 3위다. 두 팀이 승점은 같지만 홍콩은 8경기를 모두 마친 반면 중국은 29일 카타르와 홈 최종전이 남아있다. 카타르전 결과에 따라 2위에게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를 노려볼 수 있다.
최종예선 진출에 마지막 불씨를 지핀 가오 홍보 감독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대표팀을 한 차례 이끈 적이 있다. 2010년 일본 동아시안컵에서 허정무(61) 감독이 이끌던 한국에 3-0 완승을 거두고 32년 동안 이어지던 공한증을 깨며 영웅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이듬 해 카타르 도하 아시안컵에서 예선 탈락하며 비난에 시달리다가 결국 물러났다. 가오 홍보 감독이 최종예선 티켓을 따내 명예 회복에 성공하고 중국 축구도 살릴 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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