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어플에 옛 남자친구의 현재 애인 이름과 사진 등을 도용한 여성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사칭한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이유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김모(28)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2014년 1월 A씨의 이름과 직업, SNS 프로필 사진 등을 이용해 소개팅 어플에 가입, A씨 행세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김씨가 과거 3년 동안 사귀었던 옛 남자친구가 새로 교제하는 여자친구로,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게 김씨의 목적이었다. 김씨는 소개팅 어플에서 만난 다른 남성 사용자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A씨의 휴대폰 번호 등을 알려주기도 했다. 김씨로부터 번호를 넘겨 받은 남성들이 실제로 A씨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하면서 김씨의 행세는 이틀만에 들통났고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1, 2, 3심 재판부 모두 특정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인적사항을 도용한 것에 해당할 뿐 피고인이 어떤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김씨의 행위로 피해자가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정이 인정되기는 하나, 어떠한 거짓의 사실을 적시한 바 없는 이상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명예훼손)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현행법은 남을 사칭해 재산상 이익을 얻는 등 2차적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