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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칼럼] 영국의 EU탈퇴가 유럽에 던지는 질문

입력
2016.03.2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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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뒤면 영국 국민들은 유럽연합(EU) 잔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영국인들만 그들의 정치적 미래를 심사 숙고하는 건 아니다. 곧 열릴 국민투표는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 질문은 유럽인들이 어떤 결과를 선호할지, 또 선호해야 할지 묻는다. 영국을 EU에서 이미 지워버린 이들도 있다. 탈퇴를 고려하는 동맹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동맹국이 아니라면서 말이다.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든 안 하든 좀 더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 있다. 유럽 통합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도전장을 내민 회원국을 EU가 계속 보유하는 것이 정말 EU의 최대 관심사가 될지는 꼭 물어야 하는 질문이다.

현실적으로 자주권에 대한 영국 대중의 논쟁은 개표가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대다수가 EU 잔류를 택했다 해도 여론조사상 상당수는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가 영국에 훨씬 더 좋았을 거라고 확신할 것이다.

이 점에서 영국과 영국의 유럽 파트너들은 토론, 협상을 할 때 EU 멤버십을 포함하는 규제, 조건과 관련해 큰 의견 차이를 계속 드러낼 것이다. 앞으로 몇 년간 영국은 옳은 선택을 했다는 재확인을 끊임 없이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는 간과하면 안 되는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이 브렉시트를 옹호하게 하면 안 된다. 다수의 영국 유권자들이 EU 탈퇴에 표를 던진다면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우선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모두에게 큰 경제적 타격을 가하게 될지 모른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브렉시트는 안보, 외교 정책 그리고 양측의 국제적 지위도 약화시킬 것이다.

대규모 이주 위기와 유럽 국경 지역의 갈등과 IS의 잔학행위에 직면한 상태에서 EU 공동의 외교 및 안보 정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다. 또 모든 유럽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안보 위협은 어느 한 나라가 혼자 대응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어떤 외교 정책을 마련할지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실패는 유럽 국가들의 국제적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EU는 수년간 경제 위기에 집중적으로 대처하느라 일부 국제적 의사결정 분야에서 영향력과 리더십이 약화됐다. 그 사이 (전통적으로 국제정신에 입각해 정책을 수립하는 데 앞장서 왔고 유럽에서 가장 군사력이 막강한) 영국을 비롯한 EU 회원국들은 방위비 지출을 줄여오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 통합에 대한 회의적 태도는 점점 확산되고 회원국들은 자발적으로 협조하는 태도를 점점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양쪽 모두 안보와 국제적 영향력이 악화될 것이다. 중요한 안보 파트너를 잃는 건 유럽에게 분명히 불리한 일이 된다. 세계적 위협에 혼자 맞서야 하는 데다 안보 수단도 줄어들고 안보 파트너도 거의 없어진 영국 역시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국민투표가 유럽인에게 던지는 두 번째 질문은 영국인들이 묻는 것과 같다. EU 멤버십은 가치가 있는가.

EU 내부의 원심력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대륙 전체에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유럽의 공동 행동을 저해하면서까지 주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정치적 움직임을 보이거나 그러한 시도를 하는 정당이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부 국가 정부들은 심지어 EU의 결정에 반하는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

간단히 말해, 회원국들의 결속력이 떨어지면서 EU가 기반하는 가치와 원칙들을 약화시키려는 시도가 불붙고 있다. 민족국가 체제를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내놓는 견해를 옹호하는 이들도 많다. 브렉시트는 유럽의 국수주의자와 유럽연방 회의론자들에 힘을 실어주면서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내년에 프랑스 대통령 선거와 독일 연방의회선거가 열리는데, 반 유럽 정서를 확대시키는 잠재적 정치적 움직임은 심각한 장기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의 독일 지방 선거는 하나의 경고가 될 것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몰고 가는 관점들은 명백히 잘못됐다. 경제적 어려움부터 난민 위기까지 EU가 유럽이 안고 있는 무수한 문제점의 근원이라는 관점, EU 탈퇴(또는 독단적인 행동)가 이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보는 관점 말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점들이 유럽 통합 때문에 나타난 건 아니다.

유럽이 통합되든 말든 세계 경제의 도전과 이주민, 난민의 홍수는 유럽으로 밀려올 것이다. 중요한 건 유럽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통합의 논리적 근거는 집단 행동이 독단적인 시도보다 훨씬 효과적이란 데 있다.

물론, 국수주의적 접근이 어리석다는 건 곧 분명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때쯤 일어날 피해는 심각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유럽 통합을 위한 활동은 EU가 회원국들에게 주는 혜택을 기계적으로 확인하는 데 그치면 안 된다. 유럽연방 회의론자를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에 그쳐서는 더더욱 안 된다. 반대로 EU가 매력적인 정치 체제란 걸 재확인시켜야 한다. EU에게 중요한 이 순간, 더욱 효과적이고 조직적이며 바람직한 연합을 위한 단호한 진보가 요구된다.

하비에르 솔라나 전 EU 공동외교안보정책담당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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