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상향식 공천 지키기 인상 심어
靑도 일정 부분 체면은 살려
金, 총선 앞두고 수도권 역풍 차단
친박계 견제ㆍ언론 조명 효과까지
양측 적전분열 피하려 손잡았지만
불신ㆍ적대감 쌓여 충돌 불씨
‘김의 전쟁’은 25일 ‘타협’으로 끝났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가 ‘4ㆍ13 총선을 앞두고 적전분열하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자’는 상황 인식을 공유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양 진영 사이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의 불신과 적대감이 쌓여 총선 과정이나 총선 직후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전날 기습 ‘옥새 투쟁’ 선언을 하고 부산으로 내려갔을 때부터 “협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 대표가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카드를 꺼내서다. 여권 관계자는 “그건 협상하러 오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래도 당내에선 “이번엔 끝까지 버틸 것이다. 아니면 대선주자로선 끝”이라는 전망이 더 많았다. 그만큼 발언의 수위가 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은 타협이었다. 4시간에 걸친 최고위원회의 결과 유승민 의원의 대구 동을과 이재오 의원의 서울 은평을, 유일호 경제부총리(불출마)의 전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은 ‘무공천’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류성걸 의원의 대구 동갑, 이종진 의원(불출마)의 대구 달성, 주호영 의원의 수성을은 당초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안을 추인했다. 이 지역에는 각각 ‘진박’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이인선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의 공천이 확정됐다.
결국 김 대표와 친박계가 각각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핵심 지역을 받고 나머지는 내주는 식의 절충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대표는 애초부터 유승민ㆍ이재오 의원 지역구 등 당헌ㆍ당규 위배 정도가 커 논란이 거센 일부 지역에 대해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역시 ‘진박 중의 진박’이라는 정 전 장관과 추 전 실장의 공천은 지키게 됐다. 당 관계자는 “청와대의 면은 세운 셈”이라고 평했다.
이번 타협이 김 대표의 대권주자로서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곤 평가가 엇갈린다. 일단 ‘상향식 공천제’를 지키기 위해 할 만큼 했다는 인상을 주고, 청와대와 친박계를 향해선 “계속 끌려 다니지만은 않을 것”이란 일종의 경고를 줬다는 점에서 나름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그간 ‘상하이 개헌 봇물 발언’, ‘여의도연구원장 인선 갈등’, ‘유승민 정국’ 등 당ㆍ청 갈등 국면마다 번번이 굽히는 모습을 보여왔다.
더 길게는 총선 이후까지 내다 본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신의 우군인 비박계를 향해 “아직 나 살아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면서도 비박계의 또 다른 두 축인 유승민ㆍ이재오 의원의 당 복귀 길까지 터줘 친박계를 견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온통 유 의원의 생환 여부에 쏠렸던 매스컴의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효과까지 얻었다. 비박계 관계자는 “유 의원에 대한 집요한 ‘보복공천’ 행위로 우려됐던 수도권 역풍까지 차단돼 총선에서도 선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걸었던 ‘100% 상향식 공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공천 과정 전반에서 김 대표는 상황을 완전히 장악한다거나 주도하기보다는 수세적인 모습을 더 많이 보였다”며 “이번 옥새 반란으로 대선주자 자질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씻어내진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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