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윤리위원회가 어제 공개한 지난해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신고 내용을 보면 10명 가운데 7명꼴로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과 지방정부 재산 공개 대상자 1,813명 가운데 74.6%인 1,352명의 재산이 늘어났다. 이들의 평균 재산은 13억3,1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5,500만원(4.3%) 늘었다. 지난해 재산공개 때 재산증가율 1.1%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상당히 커졌다. 고위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재산 증가를 탓할 이유는 없지만 경제 불황으로 서민의 삶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수긍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고위공직자 재산 증식의 배경이 대부분 토지와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상승이란 점에서 곱지 않은 눈길이 기울 수밖에 없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의 우선 수혜자가 고위공직자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고위공직자의 재산 증가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직계 존ㆍ비속의 재산내역 고지 거부다. 올해 고위공직자 고지 거부 비율은 30.2%로 근래 가장 높은 수치다. 국회의원의 경우 역대 최고치인 39.7%가 부모나 자녀의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독립생계를 유지하거나 타인이 부양할 경우 부모와 자녀, 손자ㆍ손녀 등 직계 존ㆍ비속 재산의 비공개를 허용하고 있다. 가족의 인권과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배려다. 하지만 법의 취지와는 달리 재산 규모를 숨기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고지 거부 비율이 매년 증가 추세인 데다 권력기관일수록 높은 걸 보면 그런 의혹이 더욱 짙다. 허위ㆍ부실 신고도 여전한 문제다.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정기 및 수시 재산공개 대상자 3,147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 13%인 411명의 재산신고 내역이 실제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드러난 재산만으로도 위화감이 커지는 마당에 그마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지난 1983년 공직자윤리법이 제정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제도가 실시된 지 올해로 33년째다. 오랜 시행으로 제도가 정착된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제도의 허점과 틈새가 많이 노출돼있다. 재산 고지 거부의 경우 위법 여부를 조사할 수단이 없는 터라 유혹의 소지가 크다. 재산공개 제도의 당초 취지를 살리고 신뢰도와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제도적 보완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일정 직급 이상은 직계 존ㆍ비속의 재산공개를 의무화하는 게 옳다. 사후적으로 신고 내용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불투명하고 허술한 방식으로는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는 유명무실하다는 소리를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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