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망 온라인 가속화 현상 반영
은산분리 완화 안되면 전망 불투명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권 채용 시장에서 인기 상종가다. 안정적인 직장의 대명사였던 은행 직원들이 너도나도 옮기겠다고 손을 들 정도다. 인터넷은행이 핀테크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금융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은행)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의 입행 5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공모에 200여명이 지원했다. 다음달 발표될 최종 합격자가 20명 안팎이니 경쟁률이 10대 1을 넘는다. 주로 과ㆍ차장급 이하 조직의 ‘허리’들이 손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직 조건이 상당히 좋다. 카카오은행은 현재 국민은행에서 받는 연봉에서 10%를 인상하고, 은행 복지 혜택도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3년 이상 근속하면 30일 휴가, 일명 ‘안식월’도 주어진다. 또 4년 이내에 본인이 원하면 국민은행으로 복직도 가능하다. 국민은행과 함께 카카오은행에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에서도 카카오은행에서 일할 10명을 뽑는 사내 공모에 상당한 지원자가 몰렸다는 후문이다.
케이뱅크(이하 K뱅크)도 대주주인 우리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22명을 뽑는 자리에 105명이 지원해 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K뱅크도 연봉 인상과 함께 3년 뒤 우리은행으로 돌아갈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우리은행 지원자들도 6~13년 경력의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은행의 인기가 단순히 좋은 대우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정보기술(IT)에 친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대로라면 기존 은행권의 입지가 크게 약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은행에 지원한 A(36)씨는 “은행원은 이직할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아 이번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IT 업계의 평등한 조직문화도 지원자를 끌어들이는 매력 중 하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교적 어린 연차의 지원자들은 금융권의 강한 실적 압박이나 경직된 조직문화에 거부감을 보인다“고 말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인터넷은행에 한 해 산업자본 지분한도를 4%에서 50%로 늘리는 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불투명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법 개정이 무산되면 I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의 동력이 약해질 확률이 크다”며 “이직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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