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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독립기념일

입력
2016.03.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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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3월 25일

외젠 들라크루아의 1824년작 '키오스섬의 학살' 독립전쟁 중 터키의 키오스 섬 주민 학살에 분노한 그는 국제 사회에 그리스 구원을 호소하기 위해 저 그림을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
외젠 들라크루아의 1824년작 '키오스섬의 학살' 독립전쟁 중 터키의 키오스 섬 주민 학살에 분노한 그는 국제 사회에 그리스 구원을 호소하기 위해 저 그림을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

서양 문명의 뿌리인 그리스는 수천 년 환란과 피지배의 역사 속에 이어져왔다. 아테네-스파르타의 ‘내전’과 알렉산드로스의 마케도니아 지배는 접어 두더라도, 로마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 게 기원전 146년이었다. 오스만제국에 의해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고, 동로마제국이 멸망(1453년)하기까지 그리스는 로마의 속주였다. 투르크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리스인들의 독립전쟁이 시작된 것은 1821년. 그 해 3월 25일 펠로폰네소스 반도 서북 해안도시 파트라스의 게르마노스 주교가 독립 봉기를 선언했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도 크고 작은 봉기는 없지 않았다. 1814년 러시아에서 결성된 그리스 독립 비밀결사 ‘필리케 헤타이리아(Philike Hetairiaㆍ일명 친우회)’가 무장 독립투쟁을 시작한 건 1820년부터였다. 2000년 넘는 피식민의 그리스가 독립의 열망을 분출한 건 물론 나폴레옹전쟁(1803~1815)이 전 유럽에 끼얹은 혁명적 민족주의 덕이었다.

어쨌건, 그리스 독립전쟁으로 확산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 게 전통적인 거역의 심장 펠로폰네소스였고 천사장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수태 고지한 날이 3월 25일이어서, 정교회의 나라 그리스는 저 날을 독립기념일로 기린다.

그리스독립전쟁은 나폴레옹전쟁 이후 메테르니히 빈 체제(프랑스 혁명 전 구 유럽질서)의 첫 균열이었다. 그 전쟁에 러시아와 영국 프랑스가 독립군 편에 가담했고, 이집트가 오스만 제국을 도왔다. 전쟁이 끝난 건 1829년, 그리스가 연합국 지배하의 자치국이 아닌 독립 그리스 왕국으로 거듭난 건 1832년이었다.

그리스독립전쟁 의용군으로 참전했던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 그의 마지막 시로 알려진 ‘오늘 나는 36세가 되었다’에는 “청춘을 외치면서 왜 생명을 오래 지니려는가?/ 여기는 영예로운 죽음을 이룰 수 있는 나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 해 그는 숨졌다.
그리스독립전쟁 의용군으로 참전했던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 그의 마지막 시로 알려진 ‘오늘 나는 36세가 되었다’에는 “청춘을 외치면서 왜 생명을 오래 지니려는가?/ 여기는 영예로운 죽음을 이룰 수 있는 나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 해 그는 숨졌다.

스페인 내전의 ‘국제여단’을 언급한 적이 있지만, 국제의용군의 원조는 그리스 독립전쟁이었다. 고대그리스를 사상ㆍ문화의 조국으로 여기던 서구의 수많은 지식인, 예술인, 전통 귀족들이 그리스 독립 전쟁에 직접 무기를 들고 참전하거나 군자금을 댔다. 영국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1788~1824)이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그리스 독립의 당위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며 자금과 물자를 모아 조달하면서 전쟁을 도왔고, 1824년 그리스 서부 메솔롱기에서 열병으로 숨졌다. 스페인 내전에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있었다면 그리스 독립전쟁에는 외젠 들라크루아의 ‘키오스 섬의 학살’이 있었고, 전자에 헤밍웨이와 조지 오웰이 있었다면 후자에는 스코틀랜드의 사학자 토머스 고든(1788~1841)이 있었다. 고든은 전쟁이 끝난 뒤인 1833년 그리스 혁명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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