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어떻게 불리시나요? 저는 이 글을 쓰기 전 몇 시간 안에도 고객님 선생님 시인님 언니라고 불렸어요. 님 자 보다는 언니가 반가웠지만요. 고객님 선생님 시인님, 그렇게 불린 것보다, 그렇게 들은 건 저라는 사실이 화들짝이지요.
머리 위에 모자를 얹고 있는 거예요. 어떤 때는 몇 개씩 얹지요. 무거움과 자부심은 한 쌍이라는 착각을 자주 하니까요. 모자 정도가 아니라 군모를 쓰고 있는 셈이에요.
군모를 벗어 새장에 담으면 새장 속 새가 군모의 자리에 와 앉지요. 새는 자유의 상징이죠. 지휘관이 물을 때도 ‘네’ 말고 ‘아뇨’ 라는 말로 저항을 지킬 줄 알죠. 지휘관도 군모를 벗으면 군모의 말투에서 벗어나겠지요. 군모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그에 따라 머리에 놓이는 것도 바뀔 테니까요. 아예 군모를 새장 밖으로 벗어 던지면(이내 후회하겠지만요) 머리에 새를 올려놓지 않아도 될까요? 유연하지만 새의 말이잖아요. 새도 올려놓지 않고 세상과 사람을 만나본 순간이 있기는 할까요?
자크 프레베르는 작게 가볍게 쓰죠. 연약한 곳까지 닿는 시선이라는 뜻이죠. 의미는 무거워도 명랑하게 사랑스럽게 쓰지요. 군모는커녕 새도 올려놓지 않는 프레베르와는 달리 군모를 겹겹으로 쓰고, 사람이 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이들이 있어요. 그 모습이 안 닦이고 쌓인 접시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말이죠.
그나저나 나는 언제 나의 말을 하게 될까요. 자유지역이 있기는 한 걸까요. 아, 이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나는 머리 위에 나를 올려놓고 있잖아요!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