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감과 무력감에 휩싸인 현대인을 논하기 위해 한ㆍ중 양국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음달 24일까지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가든(인공 정원)’ 전시회다. 양국 젊은 작가들은 1990년대 사회주의 해체로 인한 충격, 그리고 뒤이어 밀어닥친 정신적 공허감을 작품에 담았다.
1989년 독일 통일과 옛 소련의 해체로 시작된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지식인층에게 정신적 충격을 던져줬다. 비판적 지식인들에겐 구심점이 사라졌고, 중국 등 옛 사회주의 국가들은 자본주의 체제로의 변신에 골몰했다.
이 전시는 1990년부터 시작된 이런 변화에 어지럼증을 느꼈던 작가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이들이 보기에 사회주의 붕괴 이후의 사회는 신자유주의라는 겉포장만 요란할 뿐인 투기장이자 모양만 예쁜 인공정원이다.
중국 작가 저우웬두의 작품 ‘유 네버 언더스탠드 마이 댄스(You never understand my dance)’는 갈기갈기 찢긴 종이로 만들어졌다. 작품 아래 설치된 선풍기를 틀면 동물의 머리가 흩날린다. 작가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춤’을 추는 동물을 통해 베이징의 심각한 스모그를 표현하고자 했다. 자본주의적 삶은 풍요를 선사했을 지 몰라도 다른 한편으로는 스모그에는 바람 외엔 딱히 대책이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 후반에 접어든 지난달 11일에도 베이징의 초미세먼지농도가 지역에 따라 200㎍/㎥ 수준에 육박하는 등 문제는 심각하다.
8개의 모니터 속에 울고 있는 남성의 영상을 넣어둔 작품은 정승의 ‘우는 남자’도 같은 맥락이다. 대량 생산되는 기계를 전면에 배치하고 그 안에 울음이라는 직설 화법을 넣어 현대 사회 인간의 고립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큐레이터를 맡은 윤재갑 하우아트뮤지엄 관장은 “발터 베냐민이 했던 ‘문명의 기록은 곧 야만의 기록’이라는 말에 비춰보자면 이 전시 역시 문명의 기록이자 야만의 기록”이라면서 “정교하게 잘 가꿔진 인공정원 속에서도 기어코 드러나는 문명과 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베이징 798 예술구가 2014년 양국 간 문화예술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른 것이다. 2014~2015년에는 베이징 798 예술구 내 798 아트팩토리에서 전시가 열린데 이어 이번엔 한국이다. 왕옌링 베이징 798 예술구 회장은 “앞으로 양국간 문화 교류 사업을 확대해 아시아의 하늘에 무지개 다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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