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3월 이모(36)씨는 대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A씨에게 자신을 국정원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결혼을 하자고 유혹했다. 현 대통령 비서실장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자신의 작은 아버지라고 했다. 이씨는 A씨에게 1억 원 상당의 상품권도 맡겼다.
위조한 가짜 공인중개사 및 행정사 자격증, 청와대 회의장 사진 등을 SNS 메신저로 A씨에게 전송하기까지 했다.
A씨는 깜빡 속았다.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씨에게 4,000만원을 건넸다. 동탄에 100평 아파트를 계약해 이사를 하자는 등 그럴듯한 꾐에 빠져 총 3억2,700만원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뒤늦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A씨에게 돌아온 것은 이씨의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이씨의 사기 행각은 이 뿐이 아니다. 이씨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B씨에게 “난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조카다. 사업자금을 투자하면 월 1,000만원 이상의 월급은 물론, 투자금의 배 이상을 수익으로 돌려주겠다”고 속였다. 이 말을 믿은 B씨는 자신의 지인 3명까지 동원해 총 1억6,000만원을 이씨에게 건넸다.
이씨는 국가권력기관을 사칭해 결혼 및 사업투자비 명목으로 4억8,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대전서부경찰서에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내연녀의 공인중개사ㆍ행정사 자격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에게 맡긴 상품권은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 가짜였고, 청와대 회의 사진도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기관을 사칭해 사기행각을 벌여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국가 신뢰를 저해한 사건”이라며 “이런 범죄가 계속 발생하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두선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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