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3월 24일
3월 24일은 아르헨티나 ‘진실과 정의 기억의 날(Day of Remembrance for Truth and Justice)’이다. 1976년 이날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의 군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의회를 해산하고 페론 정권을 무너뜨렸다. 노동계급의 지지로 집권한 페론 정부(1946~55)는 산업화와 국유화, 사회보장제도 확충 등 개혁으로 큰 지지를 얻었지만, 73년 2차 집권기의 그는 무기력했고, 그의 정권도 무능했다. 이듬해 그는 숨을 거뒀다. 부통령이던 세 번째 부인 이사벨 페론이 대통령직을 승계했을 무렵, 즉 비델라가 군부 쿠데타를 일으킬 무렵 아르헨티나는 극심한 경제난과 좌우익 대립의 혼란 속에 있었다. 보수 가톨릭계는 물론이고 시민 다수도 비델라의 쿠데타를 은근히 지지했다.
아르헨티나의 소위 ‘더러운 전쟁’이 그렇게 시작됐다. 군부는 군사평의회를 구성해 사법부를 없애고 정당 활동을 금지했다. 좌파 페론주의자와 반체제 지식인, 노동운동 단체 등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과 인권 유린. 재판 없이 3,000여 명이 사형 당했고, 수만 명이 실종(사실상 처형)됐다. 그것을 그들은 ‘국가재건사업’이라 불렀다.
군사정권은 권력자를 바꿔가며 83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에 패배할 때까지 이어졌다. 그 해 선거에서 인권 변호사 출신 정치인 라울 알폰신(1927~2009)이 대통령에 당선됐고, 12월 15일 ‘실종자 진상조사 국가위원회(CONADEP)’를 설치, 군부 집권기 만행 실태를 조사했다. 아르헨티나 의회가 ‘3월 24일’을 저 이름으로 기억하자고 정한 것은 2002년 8월이고, 국가 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쿠데타 30주년이던 2006년이었다. 그들이 ‘기억’하고자 한 것은, 희생자 추모의 뜻뿐 아니라 군부 쿠데타를 지지ㆍ동조한 데 대한 자성의 의미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3월 24일은 유엔이 정한 ‘포괄적 인권 침해에 대한 진실을 알 권리와 희생자 존엄을 위한 국제 기념일’이기도 하다. 2010년 9월 유엔 총회는 진실과 정의의 의미를 되새기고, 인권을 위해 헌신한 모든 이들을 기리자는 의미로 저 날을 제정했다. 엘살바도르 오스카르 로메로(Oscar Romero) 대주교가 군사정권에 의해 암살 당한 날도 1980년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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