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석으로 줄어… ‘공천 역풍’ 불면 복원 힘들 수도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3일 밤 “잠시 정든 집을 떠나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후 비박계인 이재오ㆍ주호영ㆍ류성걸 의원이 연이어 탈당했다. 이로써 새누리당의 국회 과반 의석 점유도 사실상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탈당한 현역 의원 대부분이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까지 탈당한 의원은 이재오 의원 등을 포함해 친박계 3선인 김태환 의원과 친유승민계인 조해진ㆍ권은희 의원, 비박계인 안상수ㆍ강길부 의원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진영 의원, ‘막말 녹취록’ 파문의 당사자인 윤상현 의원 등 11명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전체 의석 수도 146석으로 줄어든 상태다. 19대 국회 재적 인원은 이날 현재 292명으로 과반 의석도 146석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붕괴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친박계가 주도한 ‘공천 학살’의 희생양이 된 비박계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이 탈당하면서 친유승민계인 김희국 의원의 동반 탈당도 점쳐진다. 이 경우 새누리당 의석 수는 145석으로 줄어 2008년 이후 8년 만에 원내 과반 미만 정당으로 추락한다. 19대 국회의 잔여 임기가 5월 말까지 계속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선 이후 남은 쟁점법안의 처리를 벼르고 있는 새누리당의 원내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과연 원내 과반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현역 의원 대부분이 지금까지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예비후보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악재는 또 있다. 막말 녹취록 파문으로 공천배제된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이날 탈당을 선언하고 인천 남을 출마를 결행하면서 부담을 하나 더 지게 됐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막말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감은 19대 총선 당시 야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에서 이미 확인된 거 아니냐”며 “윤 의원이 20대 국회로 돌아오려는 욕심 때문에 다른 수도권 후보는 고전을 치르게 됐다”고 꼬집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유승민 의원의 자진 탈당을 압박하며 공천심사를 일주일 넘게 미루는 ‘고사 작전’을 쓰면서 친박계가 주도한 ‘박심(朴心) 공천’에 대한 역풍도 현실화 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의 안방과도 같은 강남 3구(서초ㆍ송파ㆍ강남)에서 조차 ‘진박’(진실한 친박) 예비후보들이 여론조사 경선에서 잇따라 패하면서 모두 122석이 걸린 수도권 선거전에는 이미 빨간 불이 들어왔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유 의원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졌다”며 “총선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유승민 고사작전이 친박계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승민 의원 등이 무소속으로 나서면서 대구 선거전도 난전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180석 이상을 자신했는데, 지금은 과반 의석 확보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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