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제18대 국편위원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찬성에 앞장서 온 학계 인사들을 대거 위촉했다. 이 과정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의사를 표했던 편찬위원들은 대부분 배제돼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국편에 따르면 지난 18일 개최된 ‘2016년 제1차 국사편찬회의’에서 18대 국사편찬위원 16명이 위촉됐다. 당연직인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과 진재관 편사부장을 제외한 편찬위원 14명 가운데 이기동 동국대 석좌교수, 강명희(한세대), 손승철(강원대), 최성락(목포대), 이동현(경희대) 교수 등 17대 위원 5명만 유임되고 나머지 9명은 교체됐다.
새로 임명된 위원들은 학계 안팎에서 뉴라이트 계열이라는 평가를 받거나 국정 교과서에 찬성해 온 인물이다. 박지향 서울대 교수는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을 쓴 뉴라이트 계열 학자로 지난해 서울대 교수들의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한국사 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를 쓴 정경희 영산대 교수는 검정교과서가 편향됐다고 주장해 온 인물이고 이재범 경기대 교수도 대표적인 역사 교과서 국정화 찬성론자로 분류된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전 회장은 “새로 이름을 올린 김영나 서울대 교수, 한상도 건국대 교수, 신성곤 한양대 교수, 김문자 상명대 교수, 이남희 원광대 교수 등 신임 편찬위원들은 국정화 반대 교수 선언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물러난 17대 편찬위원에는 국정화에 반대했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인물들이 포함됐다.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 역사전공 교수들의 국정화 반대 및 집필 거부 선언에 실명을 올린 도진순 창원대 교수는 이번에 유임되지 못했고 국정 교과서 집필진에 이름을 올렸다가 ‘호헌철폐 시국 선언’ 이력 등을 이유로 최종 탈락했던 한규철 경성대 교수도 물러났다.
학계에선 정부가 국정화 반대 인사는 국편위원이 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이준식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국편위원 전체를 이토록 편향된 인사로 채운 적은 처음”이라며 “앞으로 국가 예산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리를 뒷받침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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