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간) 발생한 벨기에 브뤼셀 테러는 최근 경찰에 체포된 파리 테러의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26)과의 연관성 속에서 분석되고 있다. 압데슬람의 배신을 우려해 이슬람국가(IS)가 서둘러 테러를 감행했다는 관측에서부터 공항 테러 용의자들과 압데슬람과의 관계, 당초 목표는 브뤼셀이 아니었다는 정황 등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날 “이번 테러는 압데슬람이 지하디스트를 배신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한 결과이자, 그의 체포에 대한 보복”이라고 분석했다. 압데슬람이 IS를 배신하고 수사당국에 협력해 정보를 누설할 경우 테러 장소와 시간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당초 계획 보다 서둘러 테러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얀 얌본 벨기에 내무장관도 “압데슬람 체포 후 실제로 보복 공격 위협이 있었다”며 “검거 과정에서 많은 무기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이미 새로운 네트워크가 여럿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압데슬람은 파리 테러 당시 9명의 테러 주범 가운데 현장에서 도주한 유일한 생존자다. 테러를 전체적으로 계획ㆍ조율하고 있는 IS 수뇌부 입장에서는 압데슬람의 충성심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압데슬람 역시 경찰에서 “당초 현장에서 자폭할 예정이었으나 마지막에 생각을 바꿨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경찰에 “(파리 테러 이후) 새로운 테러 계획을 진행했다”고 자백하는 등 수사에 협조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압데슬람은 이번 테러 용의자들과도 밀접한 관계다. 공항과 지하철 테러 용의자로 드러난 3명 중 현장에서 사망한 2명은 브뤼셀에 거주하는 칼리드 엘바크라위, 브라힘 엘바크라위 형제로 밝혀졌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중 칼리드는 지난 15일 벨기에 경찰이 압데슬람 수색 작전 당시 총격전을 벌인 브뤼셀 남부지역의 한 아파트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은 수색을 통해 이 아파트에서 압데슬람의 지문을 확인했다. 23일 벨기에 검찰은 두 형제 중 칼리드는 말베크 지하철역에서, 브라힘은 공항에서 각각 자폭했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원래 테러 목표는 브뤼셀이 아니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라크 정보당국 관계자는 AP 통신에 “IS는 두 달 전부터 유럽 내 공항과 기차역을 타깃으로 테러를 준비해 왔다”며 “이번 테러는 IS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에서 계획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예상치 못했던 압데슬람의 체포 때문에 브뤼셀로 작전지를 급하게 변경했다는 것이다.
압데슬람 체포에 대한 IS의 보복 공격이라는 정황도 속속 나오고 있다. IS 영문 온라인 매체인 아마크 통신은 벨기에를 ‘IS에 대적하는 국가’로 칭하며 “IS 전사들이 테러를 수행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 테러에 사용된 폭탄이 IS가 애용하는 TATP(트라이아세톤 트라이페록사이드) 폭탄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TATP는 제조가 간단하고 자료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반면, 폭발력은 TNT의 83%에 해당할 정도로 강력해 지난 파리 테러 때에도 사용됐다. 특히 범행 직전 공항 폐쇄회로에 잡힌 용의자 3명중 2명은 각각 왼손에만 장갑을 끼고 있었던 점도 TATP 사용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TATP는 기폭장치가 작아 한 손에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TATP 전문가 지미 옥슬리 미국 로드아일랜드대 교수는 “이번 테러에는 30~100파운드 가량의 TATP 폭탄이 사용됐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압데슬람 체포와 브뤼셀 테러 사이엔 상관 관계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압데슬람 체포 이후 벨기에 테러 발발까지 겨우 나흘에 불과한데, 대규모 테러를 준비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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