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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공천 혼선, 정당 민주주의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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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공천 혼선, 정당 민주주의가 요원하다

입력
2016.03.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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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에서 선거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정당의 경쟁이다. 정당이 공천개혁을 내세워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고, 앞세우는 것도 정책보다 더 표심에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상 막을 내린 여야의 20대 총선 공천은 “이런 공천을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적 실망을 안긴다. 패권주의와 일방주의가 횡행한 반면 상식과 합리성, 공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당 민주주의의 요원한 현실만 거듭 확인했을 따름이다.

상대적으로 여당의 공천 난맥이 더욱 심했다. ‘배신의 정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눈밖에 났다는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를 둘러싼 장고(長考)와 주저(躊躇)는 그 극치였다. 끝내 친박계의 직ㆍ간접적 탈당 압력 속에 무소속 출마가 굳어졌다. 공천관리위원회나 최고위원회의가 마지막 날까지 결정을 미루는 무책임한 모습은 정당의 존재이유를 되묻게 하기에 족했다.

애초에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상향식 공천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뚜렷한 명분도 합리적 잣대도 없이 이른바 ‘비박(非朴)’인사들을 대거 낙마시킨 여당 공천은 정치보복과 줄 세우기였다. 정치적 소수자나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할 비례대표 공천마저도 품위와 동떨어진 인사가 버젓이 당선권에 배정됐다가 뒤늦게 보류되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19대 공천과 재보선 과정에 나름대로 도덕성과 전문성을 잣대로 인재를 뽑았던 개혁적 자세는 오간 데 없다. 어떻게 하든 이길 것이라는 오만이 부각됐을 뿐이다.

야당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친노ㆍ운동권 등 당내 주류와 갈등을 빚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당무에 복귀하기까지, 과감한 컷 오프와 물갈이 등에 가려졌던 당내 문제가 속속들이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일부 세력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며 “이번에 더민주가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을 정도다.

물론 김 위원장도 주류세력의 기득권 유지 행태와 “노욕(老慾)” 비난 등에만 비난을 퍼부을 게 아니라 스스로의 일방주의적 리더십을 되돌아봐야 한다. 본인의 비례대표 2번 배정을 포함해 전문가와 정치적 소외자의 적정한 순위 배분, 도덕적 잣대, 당헌ㆍ당규와 당내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은 소통의 부재가 아닐 수 없다. 앞서 낙천 인사의 돌연한 지역구 전략 공천도 뚜렷한 원칙이나 명분이 부족했다. 지금과 같은 일방주의로는 능력과 실용, 합리성을 도외시한 채 명분만 내세우는 주류세력과 당내 분위기를 혁신해 수권정당 면모를 갖추기는 어렵다. 오히려 선거 과정에서나 그 이후에 갈등과 반목만 키우지 않을지 걱정이다.

‘친노 패권주의’에 반발해 따로 살림을 차린 국민의당도 공천과정에서 신생정당의 참신함을 보여주기는커녕 두 대표의 갈등과 공천 불복과 몸싸움 같은 후진적 행태를 보였다.

여야가 저마다 내세운 공천개혁은 물 건너갔다. 국민은 아무런 정치 발전의 희망을 얻지 못한 채 정당 민주주의의 퇴행만 목도했다. 그래도 투표소에 가서 차악(次惡)의 선택이라도 해야 할 유권자의 처지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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