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새 68→56%로 급감… “이혼할 수 있다” 첫 과반수
노령층 인구 비율 13.1%… 조만간 유소년 인구 역전
“봄이 되니 주변 압박이 더 심해요. 지난주에만 선자리 6개를 찼습니다”
남성 직장인 김모(34)씨는 확고한 비혼(非婚)주의자다. 혼자 살기도 버거운데 가족까지 책임지기 쉽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사람을 못 믿고 사회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이유다. 그는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된 것도 아니고, 국민연금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또 다른 비혼주의자인 여성 직장인 전모(28)씨는 “연애만 하면서도 잘 살 수 있다”며 “부모님도 결혼하지 말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이제 더 이상 김씨나 전씨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특별하지 않다. 통계상으로도 그렇게 됐다.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관련 조사 실시 이후 처음으로 60%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이혼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50%를 넘었다.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필수’에서 ‘선택’을 거쳐, 점차 ‘비혼’을 향해 가는 추세다.
23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5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13세 이상 한국인 중 “결혼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2014년 기준)이 56.8%로 집계됐다. 이 비율은 2008년 조사에서 68.0%를 기록했으나, 2010년 64.7%, 2012년 62.7%로 급감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낮다. 60세 이상의 75.8%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20대는 간신히 절반을 넘는 51.2%만이 여기에 동의했다. 10대(13~19세)에서는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45.3%에 그쳤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 여성은 (출산ㆍ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우려하고, 젊은 남성 역시 어렵게 취업했는데 가정이 생기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또 문화적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결혼을 통해 삶의 방식을 바꾸면서까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지 확신도 가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이혼에 대한 생각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쪽이 점점 대세가 되어 가는 중이다. “이혼을 할 수도 있다”는 응답은 2008년 39.0%, 2010년 41.1%였으나, 2012년 48.7%로 급증한 뒤 2014년에는 51.9%로 다수를 차지했다.
만혼과 비혼의 영향으로 결혼(초혼)이나 출산을 하는 나이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2000년 29.3세였던 남성 초혼 연령은 2014년 32.4세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여성 초혼 연령은 26.5세에서 29.8세가 됐다. 2000년 27.7세였던 평균 초산 연령은 지난해 31.2세까지 높아졌다.
고령화와 저출산이 겹치면서 노령층(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조만간 유소년(14세 이하) 비율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인구에서 노령층은 13.1%를, 유소년은 13.9%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1990년 20.0%였던 노령화 지수(유소년 대비 노령층 인구)는 지난해 94.1%로 늘었다. 국내 인구를 나이 순으로 일렬로 죽 세웠을 때 정 중앙에 있는 사람의 나이를 말하는 중위연령은 지난해 40.8세였는데, 2040년에는 52.6세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사회가 늙어가지만 정작 노령층이 느끼는 경제생활 만족도는 전 세대 중에서 가장 저조한 수준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자신의 현재 소득에 만족하지 못하는 비율은 세대 평균 46.3%였는데, 30대가 43.0%로 가장 낮았고, 60대 이상이 50.5%로 가장 높았다. 소비생활 만족도 조사에서도 60대는 만족하지 못하는 비율이 45.7%로 전세대 중 1위였다.
세상이 팍팍해지면서 기부를 하는 비율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1년간(조사대상 시점 기준) 한 번이라도 기부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2011년 조사에서 36.4%였지만, 2013년 34.6%, 지난해 29.9%를 기록했다. 자원봉사 경험(1년 내) 비율도 2013년 19.0%에서 지난해 18.2%로 줄었다.
전체 범죄가 줄어드는 가운데 유독 성폭력 범죄가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인 것도 특징 중 하나다. 2014년 발생한 형법 범죄는 101만6,209건으로 2013년에 비해 3.4% 감소했고, 살인(938건)은 2.9%, 강도(1,618건)는 19.6% 줄었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은 2만6,919건으로 전년보다 10.9% 급증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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