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독식” 여론 부담도 작용
KB-한국금융지주 2파전 구도로
미래에셋증권이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했다. 이미 대우증권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 다시 대형 증권사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대형사 2곳을 독식하는데 대한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 인수전은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2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래에셋증권은 23일 “제안 받은 현대증권 인수 컨소시엄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업계 리딩 회사로서 과열 경쟁 우려 등 큰 그림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현대증권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국내 사모펀드(PEF) LK투자파트너스로부터 SI로 참여해 달라는 투자 제안을 받고 참여 여부를 적극 검토해 왔다. 미래에셋증권 입장에서는 LK투자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단독 입찰에 나서는 것보다 인수에 드는 비용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다. 시장에선 현대증권의 매각 예상 가격을 4,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까지 인수전에 뛰어들면 현대증권의 몸값이 지나치게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등 과열 경쟁 논란이 일자 불참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도 애초 참여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다가 고심 끝에 불참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인수한 대우증권의 인수ㆍ합병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과, 대우증권에 이어 현대증권까지 모두 차지하면 업계 안팎의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이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형 증권사가 인수전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늦게 PEF와 손잡고 우회적으로 참여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총 6곳이 경쟁하는 현대증권 인수전은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양자 대결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18일 마친 예비실사 결과를 토대로 25일 예정된 본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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