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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속 빛난 시민의식과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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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속 빛난 시민의식과 연대

입력
2016.03.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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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국제공항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한 직후 승객들이 현장을 탈출하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국제공항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한 직후 승객들이 현장을 탈출하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아수라장 속에서도 시민들은 도리어 차분했다. 22일 발생한 브뤼셀 테러 현장에서 피해자와 지역주민 등 ‘작은 영웅’들은 연대와 시민의식을 발휘해 혼란을 진정시키는 데 진력했다.

브뤼셀 국제공항에서 첫 폭탄이 터졌을 때는 극도의 혼란상이 벌어졌다. 특히 탈출 훈련 경험이 없는 공항 직원들은 승객들보다 오히려 더 당황한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항은 냉정을 찾아갔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 인터뷰한 공항 수하물 관리 담당직원 알폰스 요울라는 폭발음이 들린 직후 혼란에 빠진 승객들을 차례차례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승객들을 탈출시킨 그의 녹색 유니폼은 붉게 물들었다. 그는 “이건 내 피가 아니라 내가 도운 사람들의 피”라고 말했다.

말베크역에서는 테러로 시내 지하철이 멈췄지만 혼란은 예상보다 극심하지 않았다. 출근 시간에 예상치 못한 재난을 만난 승객들은 천천히 열차에서 내려 암흑 속을 줄지어 빠져나왔다. 브뤼셀 거주 영국인 토머스 비그널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몇몇 겁에 질린 이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시민들은 멈춰선 기차에서 내려 지하철을 관리하는 브뤼셀수도권교통(STIB) 직원의 지시에 따라 질서 있게 움직였다”고 증언했다.

지역 주민들도 테러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달려왔다. 브뤼셀 공항에서 탈출한 승객들은 경찰과 군의 유도로 인근 자벤템 지역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피난소에 머물렀지만 벨기에 정부로부터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했다. 다행히 자벤템 시민들이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지역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모인 이들은 피난민을 식별하는 옷과 빵, 커피 등을 손수 나눴다.

벨기에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해시태그 #IkWilHelpen(나는 돕고 싶다)를 포함한 트윗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때 유행한 프랑스어 해시태그 #PorteOuverte(문열림)를 본딴 것으로, 갈 곳이 없어진 피해자들에게 무료로 머물 곳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또 벨기에택시연합(FeBeT)은 공항 테러 피해자들이 택시를 무료로 탑승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루디 페르보르트 브뤼셀 지방정부 총리는 테러 관련 공식입장에서 “부상자를 위한 수혈 지원도 급증하고 있다”며 “오늘 브뤼셀은 그 진정한 모습으로 연대의 본보기를 보여줬다”고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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