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최강자 현대캐피탈이 OK저축은행을 꺾고 10년만의 통합우승 희망을 살렸다.
현대캐피탈은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원정 3차전에서 OK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3-1(23-25 25-22 25-23 25-16)로 따돌렸다.
이로써 현대캐피탈은 2005~06시즌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통합우승의 불씨를 가까스로 되살렸다. 최태웅(40) 감독의 주문대로 부담감을 던 선수들의 투지와 끈기가 빛을 발했다. 최 감독은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나 “생각해보니 부담을 떨치라는 말 자체도 부정적이었다”며 “정면 돌파하겠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 최선을 다해 놀아보자고 선수들에게 얘기해줬다”고 했다.
정규리그 18연승의 금자탑을 세운 현대캐피탈로선 그 동안 역전 우승이 나오지 못했던 챔피언결정전 통계를 이겨낼 발판을 마련했다. V리그는 2005년 출범 이후 11번의 챔프전에서 막바지에 몰린 팀이 극복한 경우가 한 번도 없다. 5전3선승제에서 2승을 먼저 따낸 팀은 100% 우승했고 7전4선승제로 치러졌던 2009~10시즌 역시 현대캐피탈이 1승3패 상황에서 어렵게 7차전까지 끌고 갔지만 고배를 마셨다.
반면 OK저축은행은 특급 용병 시몬이 혼자서 33점을 퍼부었지만 무려 32개나 남발한 범실에 스스로 발목이 잡히며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정상 등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OK저축은행은 이날 패배로 2년간의 챔피언결정전에서 한 경기도 지지 않는 6전 전승 신화가 깨졌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오른 뒤 한국전력(2승ㆍPO)과 삼성화재(3승ㆍ챔피언결정전)를 잇달아 제압하고 창단 2년 만에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OK저축은행의 우승을 바라며 구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의 열띤 응원 속에 막을 올린 1세트는 벼랑 끝에 몰린 현대캐피탈이 앞서가면 OK저축은행이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양팀은 15-15까지 팽팽히 맞서다 시몬의 속공이 성공해 OK저축은행이 16-15으로 첫 리드를 잡았다. 이후 또 몇 번의 동점이 반복되는 접전 끝에 22-22에서 터진 송명근의 백어택 득점이 결정적이었다. OK저축은행은 송명근의 서브 범실이 나왔지만 해결사 시몬의 백어택과 퀵오픈이 연속 작렬하며 25-23으로 1세트를 따냈다.
2세트도 비슷한 흐름이었지만 막판 현대캐피탈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현대캐피탈은 14-10으로 앞서가다 시몬에게 속수무책으로 점수를 허용해 19-19 동점을 내줬지만 상대 범실을 틈타 다시 리드를 잡은 뒤 고비 때마다 오레올의 공격이 성공해 25-22로 가져갔다. 기세를 탄 현대캐피탈은 분수령이 된 3세트 13-13에서 신영석의 오픈 공격이 재심 끝에 득점으로 인정받으며 리드를 잡았다. 이후 재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가 25-23으로 가져갔다.
현대캐피탈은 기세가 꺾인 OK저축은행을 4세트 초반부터 몰아쳐 12-5로 앞서갔고 손쉽게 25-16으로 마무리했다.
용병 오레올은 26점 및 트리플크라운(서브ㆍ블로킹ㆍ후위공격 각 3개 이상 성공)으로 제 몫을 다해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토종 공격수 문성민은 16점으로 뒤를 받쳤다.
안산=정재호기자 kem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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