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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부담 없다며...허리디스크 357만원 vs 84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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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부담 없다며...허리디스크 357만원 vs 846만원

입력
2016.03.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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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개발원 통계분석 보고서

디스크ㆍ하지정맥류 환자 등

증상같아도 치료비 최대 5배 차이

소형 의료기관일수록 더 심해

병원들 가입여부부터 묻고

환자는 “이왕이면 고가 치료”

도덕적 해이 심각한 수준까지

결국 보험료 인상ㆍ건보 재정악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새내기 직장인 김모(25)씨는 지난해 말 허리가 아파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고가의 치료를 권유 받았다. 병원 상담실장은 다짜고짜 실손의료보험 가입 여부부터 물었다. 김씨가 실손보험이 있다고 하자 상담실장은 허리 근육, 골반 전체를 점검하는 400만원 상당의 치료를 받자고 했다. 김씨가 높은 가격에 깜짝 놀라자 “실손보험으로 처리가 가능하며 본인부담금 10%는 할인해 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치료비 한 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김씨는 “이런 제안을 거절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주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에 대한 병원 과잉진료의 심각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가입자가 3,150만명으로 전 국민의 60% 이상이 이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가운데 과잉진료가 극성을 부리면서 이 보험의 손해율은 124.2%(2015년 상반기)까지 치솟았다.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24% 넘게 보험금을 더 지급했다는 얘기다. 이는 실손 보험료 인상, 나아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22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보험개발원의 ‘실손의료보험 통계분석 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는 일선 병ㆍ의원에서 과잉진료 도덕적해이(모럴 해저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관련기사 온 국민 보험사기꾼 만드는 실손보험)

동네병원 치료비가 대학병원의 2.4배

보고서에 따르면 과잉진료는 규모가 작은 병ㆍ의원급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음이 통계로 확인된다. 실손보험에서 지급한 보험금 중 비급여 비율은 ▦의원(76%) ▦병원(72.7%) ▦상급종합병원(64.6%) ▦종합병원(59.2%) 순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경향은 해가 갈수록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병ㆍ의원급에 지급된 실손보험금 중 비급여 비율은 전년도에 비해 높아졌지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서는 오히려 줄었다.

비급여 치료는 하지정맥류(92.3%) 유방 관련 질환(89.6~91.6%) 척추질환(89.4%) 등에서 가장 많이 이뤄졌다. 질병의 특성상 비급여 치료를 많이 시행할 수 있지만, 같은 질병이라 하더라도 의료기관에 따라 의료비가 천차만별이었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건보가 적용되지 않는 본인부담액이 357만원에 불과한 반면, 병원급에서는 846만원으로 2.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이 본인부담액의 90% 이상을 보험금으로 지원받는다.

비급여 치료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병인 하지정맥류도 마찬가지다. 같은 하지정맥류라 하더라도 본인부담금을 비교해 봤을 때 상급종합병원이 70만~180만원인 반면 의원이 350만~420만원으로 최대 5배 가량 차이가 났다. 일부 의원은 인터넷 홈페이지상에 하지정맥류 수술이 실손보험이 적용된다는 내용과 실손보험금 청구방법을 자세히 안내해 과잉진료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심지어 같은 병원에 똑같은 증상으로 찾아도 실손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치료법과 치료비가 차이 나는 웃지 못할 사례도 발생한다. 최근 목 디스크 증상으로 비슷한 시기에 같은 병원을 찾은 직장 동료 A(46)씨와 B(48)씨의 경우 병원에서 권하는 치료법과 치료비가 크게 달랐다. 병원 측은 실손보험이 있는 B씨에게 더 많은 치료와 비싼 치료비를 제안했다. B씨는 “체외충격파 치료 같은 비싼 물리치료를 권유 받았다”며 “나는 한 번에 30만원씩 6번 치료를 받았고 실손보험이 없는 A씨는 한 번에 20만원씩 4차례 정도 병원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통제 안 되는 비급여, 부담은 모두의 몫

실정이 이렇지만 비급여 과잉진료는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 우선 같은 질병이라 하더라도 비급여의 경우 질병 코드나 명칭이 의료기관마다 달라 관리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는 도수치료(맨손으로 하는 물리치료)에 대해 ‘MX122’로 코드를 고시하고 있지만 실제 의료기관들은 이를 SP6, PT34, OZ30, B 등으로 제각각 표기한다. 명칭도 통증도수, 도수치료2형 등 다양하게 부른다.

의료기관 마음대로 받을 수 있는 비급여 진료비 또한 이런 실태를 부추기고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비는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시만 하면 된다. 이마저도 의료기관이 공시한 비급여 비용과 실제 청구 비용의 차이가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비급여 코드 등의 표준화가 미흡한 상황으로 최소한 복지부 고시 비급여 코드(명칭)라도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진료비 한도 설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급여 과잉진료는 실손보험료 인상은 물론 공보험인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과잉진료는 비급여 치료 뿐 아니라 건보 적용 치료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자를 곧 ‘돈’으로 보는 의료계와 ‘나 하나 쯤이야’라는 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가 만인에게 피해를 떠 안기고 있는 셈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보험금 지급을 낮추는 게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토로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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