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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확률이 높은 수

입력
2016.03.2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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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알파고

흑 이세돌

<장면 9> 앞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이세돌이 좌하귀에 1로 걸쳤을 때 알파고가 귀를 지키지 않고 2로 중앙을 보강한 게 큰 실수다. 승리를 굳힐 수 있는 장면에서 상대에게 역전의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세돌이 3으로 양협공한 건 당연한데 이때부터 알파고의 착수가 갈팡질팡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4부터 15까지 실전 진행은 흑의 입장에서 더 이상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잘 된 모습이다. 반면 알파고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상한 착수의 연속으로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거의 버그 수준이다.

알파고가 갑자기 왜 이렇게 난조를 보인 것일까. 이에 대해 현역 프로기사이자 인공지능 전문가인 김찬우 6단(AI바둑 대표)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알파고는 한 수 한 수마다 자기가 이길 확률을 계산하면서 착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항상 그 상황에서 ‘최선의 수’가 아니라 단순히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찾아서 두게 된다. 평범한 국면에서는 최선의 수와 이길 확률이 높은 수가 대부분 일치하지만 형세가 많이 유리하거나 불리할 때는 양자 간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뜻밖에 느슨한 수가 등장하거나 때로는 거의 버그 수준의 엉뚱한 착수가 나올 수 있다. 사실 실전에서 알파고가 좌하귀를 지키지 않고 중앙을 보강한 것을 결정적인 실수라고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비록 이 수가 최선은 아니지만 알파고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둬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승부를 가리는 게 목적인 바둑에서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지만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생활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경우에는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알파고 개발자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알파고가 갑자기 느슨한 수를 두는 바람에 흑도 하변에 큰 집을 장만해서 형편이 확 풀렸다. 이제 승부의 관건은 백이 우하귀 흑돌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략하면서 좌상귀 삼삼의 약점을 지킬 것인가로 좁혀졌다. 모두들 백의 다음 착수가 어디일까 궁금해 했는데 뜻밖에 알파고가 선택한 것은 우변 침입이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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